“라일라 알리와 같은 멋진 세계 챔피언이 될 거에요”여고생 복서 최현미양(18·서울 염광고 3년)이 올해하반기 도내에서 열릴 프로 무대 데뷔전에 앞서 전주를 방문했다.

아마복싱 전적이 17전 16승 1패인 최양은 국내 여자 복싱의 유망주로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으면서 금메달의 꿈을 접고 지난해 9월 프로로 전향했다.

동행한 심양섭 세계권투협회(WBA) 수석부회장은 “오는 7월께 도내에서 프로무대 공식 데뷔전을 치른 직후 중국 쿤밍(坤命)에서 열리는 페더급 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나이는 어리지만 최양의 기량이 상대 보다 한 수 위인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상을 향한 최연소 도전= 전형적인 파이터로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최양은 아마추어 시절 16승 가운데 14차례를 RSC(심판의 경기 중단)로 승리했다.

대부분 경기는 1~2R(라운드)을 넘지 못했다.

최양은 고교에 진학한 후 라이트급(60kg)과 페더급(57kg)을 오가며 대통령배와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배 등 굵직한 전국대회를 5차례나 석권하는등 여자복싱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아쉬운 1패는 훈련 중 입은 부상 때문이었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훈련을 하다 다리 쪽 아래 인대가 찢어졌어요. 부상이 심각해 다들 경기를 포기하라고 했지만 그럴 순 없었죠.”2006년 4월, 국가대표 선발경기에서 최양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자신보다 2살 위언니를 상대로 1점차 판정에서 아깝게 패했다.

나중에 재시합을 가져 이겼다는 최양은 “승리한 전적만큼이나 여러모로 소중한 1패를 얻었다”고 했다.

기대주로 각광받던 최양이 일찌감치 프로로 전향한 데는 현 복싱계의 침체와도 관련이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했고, 이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보장되지 않아 금메달의 꿈이 접혔다.

최양은 “가능하면 빨리 세계무대에서 러시아, 쿠바, 미국 등 강호들과 겨루고 싶다”며 “금메달 대신 챔피언 벨트를 향해 부지런히 달리겠다”고 말했다.

▲천재 여고생 복서 최현미= 대입을 앞둔 열여덟 살. 최양은 여느 고3과 다를 게 없다.

170cm의 키에 57kg. 탤런트 신동욱과 이동욱을 좋아하고, 휴대폰 액정화면에는 ‘뽀샵’ 처리한 자신의 ‘얼짱 각도’ 사진이 담겨 있다.

운동 외 나머지 시간은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분식점에서 수다를 떨고, 지치면 노래방에서 목청껏 고함을 지른다.

만일 복서가 되지 않았더라면 댄서가 됐을 거라는 최양은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그렇듯 구김이 없다.

사실 최양은 14살 때인 지난 2004년 무역업을 하던 아버지(43)를 따라 어머니(43), 오빠(22)와 함께 탈북한 새터민이다.

11살 때 우연히 체육관에 놀러 갔다가 재미 삼아 세계대회에 출전한언니들과 스파링 한 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재능을 눈 여겨 본 북한 코치진은 일찌감치 최양을 베이징 올림픽금메달 후보로 키워냈고, 이는 남한에 정착한 뒤 서울 녹천중과 서울체고를 거쳐 현 염광고까지 이어졌다.

최양의 주무기인 오른손 스트레이트는 링 위에서 수 많은 상대를 눕혀왔고, 이제세계 무대에 서서 작렬할 준비를 마쳤다.

‘여자복싱계 최정상에 올라 선 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는 최양은 그래도 마냥 여고생이다.

“당장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소개된 자신의 프로필 사진이 예쁜 것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성준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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