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연찮게도 지갑을 분실한 사람은 바로 현직 판사. 지갑을 돌려주는과정에서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사연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있다.
전주지방법원에 재직중인 이재근 판사(민사2단독)는 지난 27일 오후 2시께 법원에서 함께 근무하는 신명희 판사(형사2단독)와 아들(4)을 데리고 익산 보석박물관을 찾았다가 지갑을 분실하는낭패를 당했다.
당황한 이판사는 보석 박물관과 인근 공룡 박물관 등 자신의 행적을 찾아 다니며 쓰레기통까지 뒤져봤지만 지갑은찾을 수 없었다.
지갑에는 판사 신분증을 포함해 현금, 신용카드, 법원 출입 보안카드 등 귀중품들이 들어있었다.
이판사는 1시간 가량 지갑을 찾다가 포기하고 신용카드 등의 분실 신고를처리하는 과정에서 ‘지갑을 찾았다’는 반가운 전화를 받게 됐다.
이판사의지갑을 습득한 40대 남성이 지갑 속에 있던 지인의 명함을 보고 연락을 취해 온 것.잠시 뒤 박물관 앞 분수대에서 이판사 가족을 만난 김모씨(48)는 지갑을 건네 주며 자신의못다한 얘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김씨는 1980년대 초반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할 당시 동료와 함께 젊은 호기로 인근 가게앞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몰다가 절도 혐의로 붙잡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범행을 시작으로 그의 기나긴 감방 여정이시작돼 폭행 등 사소한 범행으로 붙잡히기를 수차례. 어느순간 김씨가 정신을 차려보니 전과 9범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3년 전 출소한 김 씨는 농약 공장과 밥솥 공장 등을 전전하며 땀흘려 돈을 벌기 시작했고, 베트남 출신의 예쁜 부인(25)을맞아 아들도 낳았다.
술과 담배도 모두 끊었다.
이날도 가족과 함께 보석박물관을 찾았다가 매점 앞에 떨어진 이판사의 지갑을 주운 것.김씨의 눈에 띈 것은 이 판사의 신분증. 자신이 주운 지갑의 주인이판사인 것을 알게 된 김씨는 그간 숱하게 재판을 받아오며 만났던 판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고 했다.
이판사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전북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면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았을 텐데 김씨가 마음을 다지며 돌려준 이 지갑은 평생가슴에 담아두고 가야 할 소중한 지갑”이라며 “이같은 마음 가짐이라면 앞으로 평생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고 남을 도우면서 선행을 베풀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모기자 kangmo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