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일 20명 정도가 자살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한 달이면 6백명, 일년이면 7천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장 큰 원인은 빈곤이고 그 다음이 가정불화로 분석되고 있다. 외로움도 한 몫 낀다.

빈곤, 가정불화, 외로움과 자살. 그 함수관계를 새삼 짚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겉모습은 유사 이래 최대의 재화생산과 과학기술문명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로움을 구가하면서 각종 생활의 편리함을 만끽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내면은 그게 아니다. 뚜렷한 양극화 속에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늘 허덕일 수밖에 없다. 이미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시장(市場)으로 변해버린 사회 속에서 약자들은 사실상 갈취당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능력이 없으면 그것도 모자라 아예 도태되고 만다. 그

야말로 치열한 적자생존의 원칙과 강자 위주의 정글법칙 속에 도무지 힘을 쓸 수 없다. 강자에게 빌붙어야만이 겨우 연명해 갈 수 있는 시스템 속에 팽개친 채, 사회적 과실(果實)의 부스러기를 차지할 뿐이다. 물론 그 부스러기도 과거 못살 때에 비하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절대 빈곤의 고통 보다 영혼에 더 큰 상처를 안긴다. 강자와 사회에 대한 증오, 자신감 상실을 거듭하다 보면 폐인되기 십상이다. 결국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연명자체가 어려운 절대빈곤에서 오는 자살도 있다. 공기와 물마저 사먹어야 하는 시장화 된 사회 속에서 생계수단을 잃으면 어쩔 도리가 없잖겠는가.

반면, 설사 가진 것이 좀 있더라도 사회 곳곳에 널려있는 섹스 등 향락산업의 번창으로 불륜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 가정불화는 필연일 수밖에 없다. 가정이 깨지면서 심약한 현대인들은 곧잘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또 그런가 하면, 돈 때문에 천륜이나 의리를 헌신짝 취급하는 세태의 종국은 결국 외로움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모습을 보자고 여지껏 숨가쁘게 달려왔나싶어 자괴감이 앞선다. 아무튼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자기점검이나 반성없이, 마치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그저 물욕 추구의 맹목 대열을 형성한 우리사회에서 자살은 너무나 불가피해 보여 씁쓸하고 또 씁쓸할 따름이다.

/서재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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