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5월. 이 화사한 계절에 끓어오르는 열정을 억누르며 학교로, 학원으로 오가는 우리의 아들딸들아!  

 너희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5월의 길목은 온통 축제로 출렁이고 녹음도 이렇게 싱그러운데, 이 길을 오가는 너희들에게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엄마 아빠의 가슴이 무겁다.

  엄마 아빠도 회의가 많다.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이 아름다운 ‘청춘’들이 돈단무심(頓斷無心)하게 오직 공부만으로 ‘소비’ 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대체 얼마나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에 인간의 본성조차 외면하고 이렇게도 철저히 오늘을 희생해야 하는지….  

미래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  

 어른들은 그러나 대체로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인생에는 그때 그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철리(哲理)를 깨닫고 있다.
 학생 때는 세상에 나가기 위한 준비 단계로 학식을 쌓아야 한다. 말 그대로 ‘배우는 사람’이다. 그 때 공부를 해야 나중에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되고, 사회에도 이바지할 바가 크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는 공부에 전념할 기회가 없다. 어른들은 경험을 통해 열심히 노력한 학생이 보다 폭넓은 삶의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물론 공부가 인생을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해야 할 때 공부를 하면 너희가 나중에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폭이 넓어진다. 세상이이바지할 수 있는 영역이 넓고, 가치도 크다는 얘기다. 할일을 하고 난 뒤에 느끼는 성취감과 책임감도 너희들의 인생을 기름지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학창 시절의 공부는단지 지식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출세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것은 너희가 그때 그때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내는 성실성이다. 한 가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다하지 않는 사람은 매사에 소홀하기 마련이다.
  너희들에게 공부를잘해서 좋은 삶을 살라는 것이 단지 돈 잘 벌고, 남들보다 앞 서 나가는 삶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삶이란 네 스스로 만족하면서 스스로 엮어가는 삶, 하고 싶은일을 하면서 즐겁게 인생을 꾸려 나가는 주체적 삶을 말한다.
  그 과정 속에서 한개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 기반을 갖추고, 훌륭한 반쪽을 만나 결혼하고, 또한 가정 안에서 후손을 생산해 가족을 이루고, 이들을 부양하는책임을 안게 되는 것이다. 그 때마다 자신의 역할을 해내야만 평온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최선은 이를 위한 ‘기본’이다.
  우리의 삶은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다. 삶은 미리 닦여져 있는 길이 아니라 걸어가면서 스스로 만들어 놓는 길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전신이 뒤틀리는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양자우주론’등을 발견해 아인슈타인 다음의 물리학자 반열에 오르고, 손가락 네 개뿐인 ‘희야’가 피아니스트가 된 것은 스스로를 극복한 좋은 예다. 이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닦아 오늘의 신화를 만든 것이다.

 후회 없으려면 최선 다해야   

 같은 길이건만 그길이 어떤 이에게는 신화가 되고,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늪이 되는 것이다.
  인생은 철이 들수록후회도 커지는 법이다. 나이가 들수록 가슴 칠 일은 더욱 많아진다. 우리의 아이들만큼은 나중에 가슴 치는 일이 없기를,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엄마 아빠의 간절함이 너희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조급증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 뒤돌아보는삶, 부끄럽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해 걸어야 한다.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며 눈물짓지 않기 위해서는 언제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길 뿐이다. 청소년기에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보다 값진 일은 없다.

  청소년의 달 5월이라지만 세상은 온통 축제판이고, 엄마 아빠는 너희들이 축제 마당을 기웃거리기라도 할까 봐 가슴 졸이는 답답한 세상이 됐구나. 5월의 신록 처럼물오른 너희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 미안하고, 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 강찬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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