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전주문화원장

어버이날 아침 이명박 정부를 대표한 한승수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어버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한 총리 스스로도 무거운 마음으로 담화를발표한다고 서두를 꺼냈습니다만, 광우병 위험을 염려한어린 학생들까지 촛불 집회장에 나서야 하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정부 담화를 듣노라니 어버이들의 마음은 더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 발표된 정부 담화의 초점은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집회를 엄담하겠다는 내용에모아져, 지난 군사 독재 시절에 많이 듣고 보던 소리와 문구여서 담화를 듣는 시간에 얼핏 시대적 착각에빠진 듯 했습니다.

한 총리의 담화는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지킬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자랑스러운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우리 국민의 건강입니다”고시작했습니다.

 한 총리는 “정부가 왜, 무엇때문에 우리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일을 하겠느냐”면서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즉각 조사단을 미국에 보내 철저히 조사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언제라도 미국과 체결한협정의 개정을 요구하겠습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 추가발생으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현재 ‘광우병 위험통제국’인 미국의 광우병 지위를 낮출 경우에만 한국은쇠고기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독자적인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도록합의문에 못 박아 놓고도 이 점을 감추고 위험할 때는 ‘수입을 중단하겠다.

’는 말로 국민적 불안과 흥분을달래려 한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또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는 말도 광우병의 잠복기가 10년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위험을 알게 된 때는 이미 10년이지날 것이며 그 때의 수입 중단조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것이며, 차차기 정부의 협정 개정 요구는 때 지난 공허한 말이 될 것입니다.

한 총리 담화는 “대부분의 주장이 국제기준에 맞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아니어서 사실을 왜곡하고국론을 분열시켜 갈등을 조장하고,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다”면서 그 책임을정부를 믿지 않는 국민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한 총리는 정부를 믿지 못하는 국민들을 몹시 서운하게 생각하면서 담화를 발표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취임 초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안은정부 스스로의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신은 정부나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기에더욱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권인수위원회 때부터 시작된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안은 내각과 청와대 인사 과정과 총선을 거치면서 증폭돼 왔습니다.

대운하 정책을 비롯해서 영어 몰입 교육, 혁신도시 시행 정책 등이 모두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도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인사 청문회 때 보여준 자태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타결로 국민들이 값싼 쇠고기를 먹게 됐다고 박수친 사람들은 일부 수입관련 상인들이지위험한 쇠고기를 먹어야하는 국민들과 축산 농가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불안은 아랑곳 하지 않은 이번 협상과정이 새정부협상 담당자들의 인사 청문회 때 투명성 보다는 능력 우선 자세로 밀어 붙인 인사 결과를 지금 다시 보는 듯해서 더욱 신뢰가 가지 않고 정책에 대한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총리가 담화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정부를 믿고 지켜 봐 주시기 바랍니다.

” 하고 말 한대로 믿고 지켜볼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만약에 위험이 판단될 때는 이미 늦고, 수입 중단 이전에 소고기를 먹은 사람들의불안은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을 것인가? 믿어달라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서승 전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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