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파동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규정에 맞춰져 있다. 미국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GATT 20조 b항의 ‘인간 및 동식물의 생명과 건강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 규정을 적용해 ‘쇠고기 협정’에 금지된 수입중단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민건강에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국제법의 기본원칙이자 권리여서 국민건강에 위험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으며, 미국이 협정 위반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면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GATT는 국제 무역에서는 헌법과 같아서 협정마다 명기하지 않아도 지켜야 해 미국이 한국의 수입중단 조치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온갖 광우병 괴담이 창궐하는데도 해법이 될 만한 그 규정에 대해 침묵을 지키다 뒤늦게 밝힌 정부의 사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규정에 대한 정부 측의 설명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쇠고기 청문회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처음이다. 이때는 이미 국민이 일주일 이상 쇠고기 협정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촛불집회까지 치룬 뒤였다. 국민의 반대 움직임이 경천동지할 만큼 위세를 키워가는 데도 정부가 가트 규정에 대해 침묵한 것은 ‘우리끼리만 알고 있으면 그만’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수입중단은 가트 규정 원용으로는 문제가 있고 국민적 분노를 일시적으로 달래기 위한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혹이 뒤따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의 어정쩡한 자세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제통상 전문가 중에는 가트 규정을 적용해 수입 중단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의 대응방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정부의 ‘필요시 수입중단’ 발표는 국민의 이해를 이끌기에 충분치 않다. 지금까지 명쾌한 것은 예정대로 오는 15일 미국 쇠고기 수입조건을 고시하겠다는 정부 발표뿐이다. 후일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 없다.

/ 전북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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