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북예술회관에 가면 두 한국화가의 색다른 미학을 만날 수 있다.

둘을 비교할 수 있는 기쁨이라니 쉽게 주어지는 환경은 아니다.

정말 재미지다.

세 번째 개인전을 펼치는 양기순씨 작품들이 자연의 풍정을 유려한 필치로 담아냈다면, 유기준씨의 ‘현재진형형’전에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마주한다.

무척 따뜻하다.

아이도 있고, 소녀도 있고, 쪼그리고 앉아 어딘가를 응시하는 노인도 있다.

이들 모두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같으나 시선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양씨의 작품들도 절대 이에 뒤지지 않는다.

수묵담채로 그려낸 ‘설(雪)’에 빠져보면 작가의 단아하면서도 담백한 품성에 젖어 드는 것만 같다.

그의 산수는 거창하지도 수사적이지도 않은 채 도저한 자연의 진상을 넉넉하면서도 소담하게 담아내는 것이다.

예컨대 잎들이 소거된 나무의 형상은 계절의 변화를 기다리기 보다 녹록한 정취와 운율을 격조높게 형상화시킨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보는 이를 청정한 기운으로 이끈다.

봄기운 물씬한 ‘채석강’은 또 어떤가. 기운생동하는 자연을 화면 안에 그대로 끌어냈음은 물론 미점(米點)으로 찍어낸 섬세한 붓터치는 예술의 경지를 맘껏 선물하고도 남는다.

한국적인 감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화단의 세태를 목격하면서 고민이 많았다는 양씨. 그는 사실묘사보다 숨겨진 자연을 통해 그 고민들을 풀어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문인화로 출발해 채색, 수묵까지 여러 장르를 섭렵한 그이기에 이런 작업도 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전통인물화에 천착하는 유씨의 작업은 훨씬 현실적이다.

올해 초 중국 산동성 지역으로 배낭여행을 갔다 만났던 중국인들을 화폭에 옮겼다.

유씨는 “우리하고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면서 “특히 정감있는 표정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한다.

실경산수도 해보지만 감정 넣기가 좋아 인물화를 고집한다는 유씨. 그의 그림을 통해 한 인간의 인격과 정신, 혼까지 읽어내는 발견의 즐거움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국화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는 자리. 전시는 15일까지 계속된다.

/김영애기자 young@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