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에게 들은 심각한 이야기 하나.
- 그 동안 봉급생활하면서 먹을 것 입을 것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큰 아들 놈을 잘 키워 의사를 만들어놓은 것까진 좋았는데 격에 맞게 며느리 의사를 얻어 딸 자식하나 낳고 살기를 5년. 며느리가 평소 인륜 천륜 아예 싹 무시해가며 혼자 똑똑한 체 날뛰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1년에 명절 때나 제삿날 서너 번 집에 와서는 시뉘나 동서, 아니 시부모까지 싹싹 무시하는 건 이제 어쩔 수 없이 참고 보지만 툭하면 남편인 아들까지 무시하면서 툭하면 집안 핑계대며 이혼하겠다고 윽박지르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며칠 전 며느리를 불러 당장 발길을 끊으라고 호통치고 아들 놈에겐 똑바로 살라고 다그쳤더니 며느리는 눈 하나 까딱않고 순순히 아니 당당하게 그러겠노라고 휭하니 인사도 없이 가버리더란다. 아들 놈은 며느리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매더니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는 미안하다며 며느리 몰래 전화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으려 했고, 순하디 순한 아내는 그저 조용조용히만 하자며 오히려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냐면서 남편을 원망하기에 참을 수 없어 재떨이를 집어던지며 당신이 그 모양이니 집안이 이 꼴 이 모양이 됐노라고 죄없는 아내에게 벌컥 화만 내고 나왔다는 얘기였다.


친구의 말이 전부 옳거나 그의 며느리가 전부 옳지 않은 것이 아닌 또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이 가족들이 서로 미움과 원망으로 불화하고 있다는 점일 터다.


그 이유를 친구에게 물었더니 모든 잘못을 며느리에게만 돌렸다. 자신에게 그 원인을 찾아보라고 권했지만 참으로 딱하게도 막무가내였다.


사실 은혜와 원수는 같은 뿌리에 속해 있다. 둘이 전혀 별개가 아니며 결국 상관관계라는 얘기다. 원래 기대하는 바가 없으면 실망이 없는 것처럼 은혜를 지지 않았으면 원수 관계도 현성되지 않는다. 사랑이 없으면 미움도 없다는 논리도 이와 같다. 결국 기대하고 사랑하고 은혜를 지기에 실망하고 미워하고 원수지간이 된다는 말이다.


아무튼 이 찬란한 가정의 달 5월, 조금만 한 발 물러서 은원(恩怨)을 떠날 필요가 있다. 의외로 쉽게 미움과 원망이 풀릴 수 있다.

/ 전북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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