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차지한 전북도립국악원 단원인 박영순(35.전주)씨가 춘향가 중 십장가 대목을 열창하고 있다. /김인규기자
   “엄마! 나 드디어 명창됐어, 어머니! 나 장원했어요.” 제34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차지한 박영순씨는 명창의 반열에 오른 기쁨을 어머니에게 돌렸다.

3명의 본선진출자가 각축을 벌인 가운데 최종 두 명이 동점자로 발표됐고, 결국 연장자 우선규정에 따라 영광을 안게 된 박씨는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었다며 끝내 긴장을 풀지 못했다.

박씨는 “간밤 피를 토하며 죽는 꿈을 꿨는데, 꿈은 진짜 반대인 모양”이라며 “컨디션이 나빠 걱정이 많았는데 영예로운 자리에 오르게 돼 정말 감사 드린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는 또 “소리할수록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는 소리꾼이 되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이날 박씨의 경선작은 ‘춘향가’ 중 십장가 대목. 스승인 김영자 명창(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의 제자답게 구성진 가락을 선보여 갈채를 받기도 했다.

12살 때 소리를 시작한 뒤 두 번째 대사습놀이에 참가한 박씨. 그는 2년 전 유방암 수술 등 역경을 극복하고 영예를 얻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스승인 김영자 명창(59)은 “수술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공부한다고 왔기에 ‘그러다 큰일 난다’며 혼내서 돌려보냈는데도 몇 번이고 다시 찾아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스승에게 박씨는 “암이 2~3년 뒤에 재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 전에 상이라도 타 보고 죽으면 원이 없겠습니다”고 간청, 결국 허락을 받아냈고 항암제를 맞아 가며 소리에 매진했다.

/김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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