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을 훔친 자는 주륙을 당하고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는 말이 있다.

만인에게 공평해야 할 법집행이 없는 자와 가진 자에게 달리 적용되면서 폐단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적힌 이 말은 2천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무전유죄'로 통용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는 말이 연일 신문지면과 방송을 통해 오르내리고 있지만 법은 언제나 그렇듯 지위가 높고 낮음에 따라 그 잣대가 달라지는 느낌이다.

   사람에 따라 법의 잣대가 흔들린다면 법치주의의 바탕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법원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공평무사한 법 적용 의지를 강조해 왔고, 그런 노력을 계속해 온 것도 사실이다.

양형기준을 만들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관들이 그 기준을 따르도록 한 것도 그 좋은 예다.

하지만 '이상'은 여전히 멀다.

 얼마전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회장이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와 함께 준법경영을 주제로 한 강의기고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대법원 예규에도 없는 일이었다.

일반 시민들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정치경제 권력자 앞에서 달리 적용된 데 대한 저마다의 분개감을 감출수 없었다.

 다행이 대법원이 하급심 재판부의 강의기고 사회봉사명령을 위법한 것이라고 판단해 다소나마 바로 잡을 수 있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법 질서 유지를 위해 일선 치안 현장의 한 부분을 담당하다 보면 이 같은 일로 종종 웃지 못할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도 있다.

 법규를 위반으로 다른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범법자들이 소위 가진자와 권력자에게 줄을 대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게 된다.

평범한 보통사람들은 법을 지킨다는 긍지보다 오히려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모두가 경제를 살리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도 한다.

범국민적인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통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자괴감과 법으로부터 괴리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만인들이 법 앞에 진정으로 평등해 질 때, 또는 그와 같은 노력이 병행될 때 만이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지 않을까.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언이 단지 이상이 아닌 현실로서 사회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기둥이 되길 바란다.

/전주덕진경찰서 이규성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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