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휴일을 맞아 가족.연인끼리 삼삼오오 추모길에 오른 일반 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범죄 용의자 검문검색에 가까운 문전단속에 나서 과잉통제 논란도 일고 있다.
18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신.구 묘역 주변에 투입된 경찰력은 전.의경 74개 중대 6700여명과 내.외근 경찰관 1300여명 등 모두 8000여명. 참여정부 마지막 기념식이 열린 지난해 7200명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2년 전에 비해서는 두배, 한총련과의 충돌 이듬해인 2004년에 비해서도 3배 가까운 수치다.
5년 전 한총련의 우발적 시위로 곤욕을 치른 경찰은 이날 금속 탐지기와 경찰견까지 동원, 검문검색에 나서는 한편 묘역 정문으로부터 1km가량 떨어진 4차선 도로에서부터 1-2m 간격으로 촘촘한 경비에 나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지난해 단 한대만 동원됐던 '물대포'(살수차)도 올해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2대 동원됐다.
경찰 관계자는 "1-2주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발한 농민단체가 5.18묘역 주변에서 기습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됨에 따라 경비를 예년보다 한층 강화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같은 철통 경비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흰 소복에 검은 머플러 차림의 유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묘역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정부 정책에 문제가 많지만 기념식은 5월 영령들에 대한 추모행사인 만큼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우려감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5월 단체 회원들은 "기념식은 대통령 1인을 위한 정치적 행사가 결코 아니다"며 "현 시점에서 5월 정신을 올바로 계승하는 길은 숭고한 희생에 대한 추모 못잖게 남은 자와 후손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원 김모씨(42.경기 수원)는 "지난해 영화 '화려한 휴가'를 눈물겹게 본 뒤 꼭 한번 5.18묘역을 찾고 싶어 가족과 함께 내려왔다"며 "대통령 경호도 좋지만 일반 참배객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을 보니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희망국토대장정 일행 30여명을 이끌고 묘지를 찾았다 진입을 통제당한 베이징올림픽 청년서포터즈 기획단 한대승 단장은 "5.18은 이념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참여해 5월 정신을 계승하는 것인데 출입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장애인차량의 진입이 금지되면서 가벼운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으며, 일부 5.18 유공자들도 차량 통제를 둘러싸고 청와대 경호실측과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