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인류에게 내린 저주 중에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땅에 자라게 하여 얼굴에서 땀을 흘려야 식물을 먹을 것이라는 내용이 성경 창세기에 기록돼 있다.

 수많은 식물들 중에 하필이면 엉겅퀴라는 식물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지칭했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작물에 피해를 주기로 한다면 엉겅퀴보다 더 고질적인 식물들이 많을 것이나, 농기구나 작업용 장갑 등의 작업도구 없이 일을 한다고 보면 엉겅퀴와 가시덤불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잡초였을 것이라는 짐작은 해보지만…. 엉겅퀴라는 식물의 생김은 몰라도 이름은 성경을 통해서 가장 잘 알려진 것만은 틀림없으리라.     우리말의 ‘엉겅퀴’라는 이름은 식물의 약 효능에서 피를 멎게 하는 것 즉, 피를 엉기게 하는 풀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는데 썩 믿기지는 않는다.

이보다도 엉겅퀴의 꽃을 근접해서 사진을 찍다 보면 꽃을 살짝 건드릴 때가 있는데, 이때 렌즈 안에서 꽃가루가 가득 찬 장면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하여 작은 나뭇가지로 꽃을 약간씩 흔들었더니 꽃가루가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다른 꽃도 시도 했으나 엉겅퀴 꽃만 이러한 현상이 관찰되는지라 하도 괴이하여 궁금하던 차에 일본의 아마추어 꽃생태 연구가인 다나카 하지메를 지상에서 만나 궁금증을 풀었다.

수술이 움직여 꽃가루를 밀어내는 구조를 가진 식물은 수레국화가 대표적으로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정설이라 하는데, 엉겅퀴는 더욱 극적인 부분이 많은 식물이란다.

호랑나비가 꽃에 앉으면 가는 기둥의 꽃술에 몸이 닿게 되고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한 수술에서 꽃가루가 밀려나와 꽃가루가 나비의 몸에 묻게 되어 다른 꽃으로 옮겨진다는 것이다.

이를 실험 할 때 손으로 꽃을 쓰다듬으면 꽃에게는 충격이 크므로 별 변동이 없고, 나비의 몸무게인 0.2~0.5g정도의 힘으로 살짝 건드릴 때 꽃가루가 분출된다고 한다.

원래 귀금속세공사로 일하면서 꽃에 관심을 갖고 꽃과 곤충의 생태와 수정에 관한 연구를 하던 다나카 하지메는 학자는 아니지만 일본화분학회에서 주는 학술상과 요시카와에이지 문화상을 수상하고 관련 책도 여러 건 출간 할 정도로 업적이 많은 사람이다.

 산과 들에 무수히 많은 꽃들이 있지만 관심을 갖고 자세하게 살펴보면 이토록 재미있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벌과 나비가 많이 찾는 아름다운 엉겅퀴 꽃은 야취(野趣)가 있다 하여 관상용으로 이용한지 오래고, 봄에 돋는 싹은 향기와 씹는 맛이 좋아 나물로 먹었고, 서양에서도 통통하게 자란 줄기를 채취하여 껍질을 벗긴 후 샐러드와 각종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엉겅퀴의 잎, 줄기가 피를 멈추게 하고 염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즙을 내어 상처에 붙이는 등의 구급약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 왔고 한방에서는 해독, 신경통, 소염 등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엉겅퀴의 씨에서 축출된 실리마린(silymarin)이란 성분을 간경화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과학기술과 접목하여 더 좋은 약으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나님이 내려주신 저주의 식물! 하지만 먹고, 보고, 호기심을 채워주고, 약이 되는 훌륭한 식물을 어찌 천박하고 저주스럽게만 볼 수 있을 것인가?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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