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권대웅 시인의 ‘장독대가 있던 집’ 일부다.

어떠신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난 할아버지의 영혼이 눈에 선하지 않으신가. 작은 꽃잎에서 뿜어져 나오는 들꽃의 강한 생명력은 우리 민족을 고스란히 빼닮은 듯 친근하기 그지없다.

눈부시게 빛나는 초여름, 들꽃의 세계로 떠나보자. 민촌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들꽃의 향연전’이 그 대안이다.

‘쑥부쟁이’, ‘앵초’, ‘병아리 눈물’까지 160여개 화분에 아름다운 들꽃들이 그 자태를 뽐내고, 33개 화폭에도 들꽃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들꽃의 향연전’은 들꽃을 사랑하는 48명의 화가들이 모여 올해로 7년째 명맥을 이어온 전시회에 다름 아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들꽃은 모두 송 위원장의 작품. 전국의 산을 타며 어렵게 수집했다는 들꽃 중 변산반도에만 자생한다는 ‘노랑붓꽃’과 울릉도 ‘섬쑥부쟁이’·‘실사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특산 식물들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노랑붓꽃’은 한 개의 꽃대에서 두 개의 노란꽃이 피어나 신비감을 주기도 한다.

‘도깨비 고비’·‘은방울’·‘은목서’·‘새우초’ 등 보도 듣도 못했던 재미있고 특색있는 들꽃들도 눈을 사로잡기는 마찬가지.반면 화폭에 담아낸 들꽃전에는 송관엽 준비위원장을 비롯, 강우석·김정숙·심성희·최부호씨 등 33명의 회원만이 참여했다.

그 중 도자기로 만든 접시 모양의 시계에 들꽃을 접목시킨 심성희씨의 ‘봄의 노래’가 관심을 끈다.

심씨는 “들꽃은 겨울에는 숨어있다가 봄에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는 것이 아주 정확하다”며 “들꽃의 피고 지는 자연의 순리를 시계로 표현했다”고 말한다.

반면 최부호씨의 작품 ‘웃음’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으나 그 역시 들꽃을 주제로 한 작품. 본래 웃음을 테마로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최씨답게 이번 작품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최씨는 “들꽃이 봄에 피어나듯 봄의 생동감을 인간이 주체가 되어 표현하고 싶었다”며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순한 들꽃처럼 욕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휴머니즘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수채화가 최인수씨(최인수소아과 원장)의 작품 ‘꿈’은 들꽃들 중 ‘망초’가 주제. 최씨는 “망초는 어릴 때 쉽게 접했던 들꽃”이라며 “이 그림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앞으로의 꿈을 세워보자는 취지에서 제목을 ‘꿈’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송관엽 준비위원장은 “그리는 분들에게는 들꽃을, 보는 분들에게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서로의 조화를 이루고 싶었다”며 “꽃집의 화려한 꽃이 아니라 들꽃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는 전시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아름다운 우리의 들꽃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들꽃전시는 20일까지, 그림전시는 24일까지 열린다.

/김찬형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