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근 도의원
  지금은 모든 사회가 변화와 혁신을 요구 받는다.

기업은 물론이고 대학, 연구소, 사회단체, 공무원 심지어 종교까지도 변화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이 반드시 최상의 선을 의미하는 것일까. 모든 변화는 선을 추구하는 것인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만약에 공무원 사회가 날이면 날마다 변화한다면 국민들은 너무 피곤할 것이다.

변화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많다.

공직사회에서 변화의 속도와 내용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한다면 그것은 감사관실의 몫일 것이다.

공무원사회에서 변화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 번째는 일하는 태도와 방식의 변화다.

이점은 공무원사회가 한결같이 경계하고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절대선인 것 같다.

두 번째는 정책의 일관성과 유연성에 대한 상반된 경우이다.

어떤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또 어떤 정책은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이 상반된 경우가 엇갈리면 공무원사회는 변화도 못하고 일관성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컨대 새만금특별법이나 국제공항 건설과 같은 장기비전과 정책은 목표의 일관성은 지켜져야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정책수단은 유연하게 강구되어야 한다.

식품산업도 마찬가지다.

전략적 목표가 변경되는 것은 곤란하지만, 형태와 내용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유연성이다.

정책도 정치만큼이나 살아있어 움직이는 생물체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사회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한 일관성과 유연성의 문제는 늘 충돌하고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이때 중요한 가치판단을 해주는 곳이 감사관실이어야 한다.

인정할 수 있는 변화와 인정할 수 없는 변화를 정확히 판단해 주는 곳, 강력한 권위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성으로 판단을 유지해주는 곳이 감사관실이어야 한다.

또 창의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공무원사회에서 창의성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때도 없었다.

그렇다면 감사관실은 공무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북돋아주는 감사판단을 해줘야 한다.

이제 공무원들은 기존의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창의력과 투쟁심을 요구 받는 한편 정직성도 동시에 요구 받는다.

두바이식 창의력은 기존의 법과 제도에 안주해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려는 공무원들은 늘 주위의 눈총과 감사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상관들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부하들을 기죽이면서 내놓는 카드가 바로 ‘감사’다.

제도적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실수 혹은 진짜 열심히 일 하다가 범하는 인간적인 실수를 감사관실은 명명백백 가려내야 한다.

감사관실이 일의 맥락을 읽고 그 의미를 평가해주는 차원 높은 고급감사를 해줄 때 공무원들은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고, 상관에게 자기의견을 제출할 때 주저함이 없어진다.

감사관실의 이런 기능변화는 현재의 전라북도처럼 도지사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발휘되는 경우에 더 절실히 필요해진다.

도지사와 부지사, 실·국장들에게 과감하게 ‘아니요’‘그렇게 해서도 안되고, 감사는 그렇게 해서 안 되는 겁니다’라고 할 수 있는 힘을 감사관실이 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사관실이 먼저 ‘아니요’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도지사와 간부들은 ‘아니요’ 할 수 있는 감사관을 아끼고 존중해줘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전북도정의 건강성과 선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감사관실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면서도 포청천과 같은 위엄을 세우려면 스스로 명분을 잃어서는 안 된다.

감사관실이 명분을 잃는 순간, 공무원 사회는 법과 제도도 무너지고 창의성도 같이 무너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이 지면에서 언급한 전주시에 대한 전북도청의 감사결과나 골프파문에 대한 대응은 ‘아니요’ 할 수 있는 감사관실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본다.

내 개인적으로도 도민을 위한 포청천으로서 감사관실에 대한 기대를 누구보다 크게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내 자신도 지면과 의회에서의 지적으로 힘 빠져 있을 감사관실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있다.

이제라도 감사관실이 용기를 내고 새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지향적이고 독립적인 감사관실로 거듭나기를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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