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에 육박하는 전주시 용역이 수년 전에 다른 기관에서 시행했던 조사보고서를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정확한 조사 없이 돈벌이에만 집착하는 학술기관의 용역관행은 다른 사업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관리감독 및 처벌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여론이다.

전주시의회 김철영 도시건설위원장은 지난 23일 제25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전주시가 1억9천17만원을 들여 실시한 ‘전주시 공원녹지기본계획 용역보고서’가 지난 2004년 시민단체에서 발표한 조사 보고서와 상당 부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 같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과거와 현재의 용역보고서를 도시건설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비교, 검토한 결과 용역이 엉망으로 진행됐음을 밝혀냈다”면서, “보고서에서는 4년 전에 조사됐던 낚시꾼이 현재도 그 자리에 있었고 어망도 그 때의 위치에 여전히 존재하는 등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부실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증거로 2004년 4월 시민행동21이 작성한 ‘전주시 소류지 현황 조사보고서’와 같은 해 12월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에서 만든 ‘전주시 소류지 생태계 조사보고서’, 이번에 제출한 전북대 부속 농업과학기술연구소의 ‘전주 공원녹지기본계획 용역보고서’를 제시했다.

이번 용역에서 연구소측은 전주시 소류지 가운데 칠정제, 오송제, 신용제, 한절제 등의 현황을 2004년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보고하는 등 전체 내용 중 소류지의 상당 부분이 4년 전 자료와 같은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용 부분에 대한 출처와 참고문헌도 표기하지 않았으며 당시 연구소측과 상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는 최초 시민단체 용역비로 450만원을, 두 번째는 1천만원을, 올해는 1억9천여만원을 지급했다.

시의회에서는 “특별히 다른 내용이 없는 엉터리 용역보고서가 450만원에서 4년 사이에 1억9천만원까지 껑충 뛰어 올랐다”면서 “용역기관의 비도덕성은 물론, 감독 기관인 전주시의 허술한 관리도 큰 문제”라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또한 “이러한 비윤리적 행태는 다른 용역에서도 계속 감지되고 있고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제출된 용역 청취안을 유보 시켰다.

이에 대해 김종을 시 예술도시국장은 “4년 전과 문구 하나 다르지 않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사과한 뒤, “용역기관을 엄중히 문책하고 내용을 수정해 완벽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한민희기자 mh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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