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회가 ‘신극 10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시사풍자 코미디 ‘은행강도클럽 주크&박스’.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창작극 무대 올리기와 소극장 공연 활성화를 위해 ‘한국 연극 100주년, 전북연극 88주년 기념 소극장 연작시리즈’ 중 하나다 느끼한 몸짱 강도 ‘주크’와 그의 애인 ‘박스’가 국회의원 공천대기중인 이춘삼의 집을 습격하면서 생긴 해프닝을 담은 연극. 국회의원 지망생 아버지, 유한마담 어머니, 발레가 꿈인 딸과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아들 그리고 비밀이 많은 가정부까지 요절복통할 만한 집안 이야기다.

만삭의 애인 ‘박스’와 함께 등장한 은행강도 ‘주크’는 하룻밤의 심심풀이 연극놀이를 통해 식구들의 위선을 발가벗긴다.

가족의 비리를 적나라게 꼬집고 사회의 허점을 거침없이 파헤쳐놓는 ‘주크’를 보며 관객들은 통쾌함을 느낀다.

반면 불편함도 함께 가져간다.

의심스러웠던 아버지의 과거, 어머니의 숨겨진 애인, 어린 딸의 말할 수 없는 욕구 등이 모두 폭로되기 때문. 겉으론 배우들의 코미디에 미소 짓지만 속으론 뜨끔해 헛기침을 킁킁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주크’가 이춘삼에게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하지만 ‘박스’의 진통이 시작되면서 다음 기회를 선언하는 장면에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은행강도클럽 주크&박스’는 신구의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창작극회의 베테랑 배우와 신인 작가, 젊은 연출가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탓.음악가이자 시인, 소설가인 윤효상씨의 첫 번째 희곡인 ‘은행강도클럽 주크&박스’를 창작극회의 젊은 배우이자 연출가인 박규현씨가 참신한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또한 창작극회의 베테랑 대표배우 홍석찬씨가 이춘삼역을, 도내 최고의 배우 신유철이 ‘주크’역을, 카리스마 여배우 김안나가 사모역을, 창작극회의 젊은 배우 강지수와 김경빈이 자녀역을 맡게 되면서 배우들과 제작진들의 조화가 주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입장 연령도 관심거리. 창작극회측은 ‘정신연령 만 18세 미만 입장불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어 이에 대한 관객의 해석이 눈길을 끈다.

유가연씨(창작극회 기획담당)는 “비판적인 내용이 많아 정신연령을 높였다”면서 “대본을 수정하기 전에는 야하고 거친 내용이 많아 ‘18금’제한을 두려 했는데,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내용을 일부 수정했고 중학생이상은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조리한 사회와 위선적인 가정을 코미디로 잘 버무린 ‘은행강도클럽 주크&박스’. 30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화~금요일까지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4시와 오후 7시, 일요일은 오후 4시 창작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입장료는 일반 1만2천원, 대학생은 1만원, 청소년은 8천원. (063-282-1810) /김찬형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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