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제에 의해 중국역사상 최초로 천하통일을 이룬 진(秦)나라는 못난 황제 호해(胡亥)에 의해 멸망의 길을 걷는다. 호해를 황제에 오르게 한 사람은 시황제의 최측근 내시인 조고(趙高)다. 순행 길 사구(沙丘)에서 병사한 시황제는 임종 때 조고에게 성지를 내린다. 큰 아들 부소(扶蘇)에게 황위를 잇게한다는 내용의 밀지였다. 부소가 황제가 되면 자신의 몰락을 염려한 조고는 자신이 옥쇄를 보관하고 있는 점을 악용, 호해를 후계자로 지명한 것처럼 밀지를 위조한다. 이른 바 ‘사구의 음모’다.

조고의 음모대로 호해는 통일 진나라의 2대 황제가 된다. 그러나 조고는 국사를 내팽개치고 아방궁에 묻혀 주색잡기에 빠지고, 국권을 틀어쥔 환관 조고는 정적 제거를 위한 피바람의 숙청과 포악무도한 정치로 국정을 난도질한다. 곳곳에 민중봉기가 일어나지만 조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호해의 눈과 귀를 막고 중신들과 철저히 격리시키며 오히려 태평성대라고 호도한다.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면 무조건 제거하는데 혈안이 된 조고는 어느 날, 중신들을 모아놓고 사슴을 대전에 들여온다. 물론 이 날은 호해도 대전에 나왔다. 조고는 느닷없이 이 사슴을 말이라고 호도한다. 모든 걸 조고에게 맡긴 호해도 조고를 따라 말이라고 말한다. 어리둥절한 중신들은 조고의 위세에 눌려 말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실대로 사슴이라고 대답한다. 영악한 조고는 음흉한 웃음과 함께 “황제를 따라 말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은 무조건 충성하는 충신이고, 사실대로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들은 정직한 신하”라고 극찬한다. 그러나 조고는 호해를 몰래 찾아가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들은 기회가 닿으면 황명을 거스를 역신이나 제거해야 마땅하다”고 꼬인다. 못나터진 호해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고는 이들을 가차없이 숙청해 버린다. 그런 속에 통일 진 대국은 기틀이 무너져내린다. 머잖아 호해는 조고에게 농락당한 것을 알고 속수무책과 통한 속에 자결하고 말지만, 중국 최초 통일제국 진나라가 이렇게 어이없이 무너진 것은 천명을 거스린 조고라는 역신 때문이었다.

사실 모든 건 사람이 한다. 사람하나 잘못 들어오거나 잘못쓰면 가정이든 회사든 정부든 그 조직이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조고 같은 역신이 없는지 다시한번 살펴볼 일이다.

 /서재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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