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갑전주시 아트폴리스과장

최근 선진국이나 유명 기업에서는 별도의 총괄 디자인 본부를 두고 디자인을 통한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이나 로고 등을 디자인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 디자인은 전략적으로 국가, 도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마케팅에 도입하여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공공 디자인을 통한 도시 마케팅 활성화의 경우 도시 환경 개선 뿐 아니라 도시의 부가가치를 재창출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

 새정부는 ‘디자인 코리아’ 정책을 통해 공공 디자인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와 마케팅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트폴리스’로 도시 공공디자인정책에 이미 앞장서 온 전주시에 더 큰 도약의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공공디자인을 통한 도시 마케팅을 추진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시의 경우에도 도시의 건축물부터 가로등, 거리의 간판, 도시 간행물에 이르기까지 공공디자인의 범주에 속하는 업무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사안이나 상황에 따라 별도로 이뤄져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전주라는 도시의 ‘아름다움, 역사, 문화, 기능, 편리함, 효율성, 도시 콘텐츠의 조화’ 등을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여 차별화된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 바로 그것이 전주시 예술도시국 아트폴리스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트폴리스 조성에는 시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도시 전체를 유기적으로 디자인하는 데에는 시민의 협조와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주시는 경관기본계획수립, 경관조례 제정, 야간경관계획 수립,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공공디자인 기본개념을 정립하고 민관이 함께 아트폴리스를 추진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명품도시 아트폴리스를 조성하는 것은 단순히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업무나 도시마케팅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아트폴리스를 조성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전주만의 특성과 색깔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큰 틀에서 전주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이를 도시의 부가가치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의 특성을 파악한 브랜드 이미지(BI)를 만들고, 전주의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등 전주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각 지역 시민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는 전략적인 계획과 접근, 실행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업무에는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공유하는 과정과 분석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예산이나 체계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아트폴리스를 통한 도시마케팅의 긴밀한 연계를 위해 아트폴리스과를 중심으로 단일화된 창구를 마련하고 업무처리과정을 유기적으로 구축해서 이를 공유한다면 도시 정보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아트폴리스를 비롯한 도시 공공디자인과 마케팅을 통하여 추진하고 있는 도시 정체성의 확립, 즉 ‘전주다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전주의 최고자산은 전통문화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산업이다. 전주 한정식을 한상 받거나 비빔밥 한 그릇이라도 쓱싹 비벼 먹든지 아니면 오전에 콩나물 국밥에 모주 한잔을 먹어야 전주에 들렀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한옥체험관 문풍지 넘어 흘러나오는 정겨운 소리에 감동을 느껴 보셨는지 물어보고 싶다. 국내외 타지에는 그런 깊고 촉촉한 전주만의 소리가 없다. 상상을 ‘툭’ 치고 튀어나오는 그런 감동이 없다. 파리, 런던, 뉴욕, 두바이, 밀라노에 대한 찬사와는 다르게 전주의 역사와 문화유산은 나지막하지만 힘이 있게 가슴을 두드린다.

전주에 산업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전주는 공공디자인과 문화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정체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라는 정체성을 통해 내부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문화를 재정립하여 ‘전주’라는 도시 자체가 부가가치를 재창출하는 핵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개인적 사명이기도 하다.

아트폴리스 전주, 전통문화도시 전주, 명품도시 전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꽃 길만은 아닐 것이다. 문제점들을 조기에 파악하고 체계를 잡기까지 많은 업무 혼란도 있을 것이고 시행착오도 발생할 것이다.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공공디자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다각적인 검토와 협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 부서 간의 동의와 의견조율도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아트폴리스 전주’는, 전주가 미래를 여는 천년의 도시로서 살기 좋은 명품도시로 커나가는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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