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승철 전북도의회 의원
 지난 4월 18일에 체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을 신호탄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에서는 29일 현재까지 닷새째 야간 가두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공안당국은 가두시위를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시민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있다.

하여 지금까지 경찰에 연행된 시민의 숫자만도 211명에 달하고 있다.

역사의 시계 바늘이 거꾸로 돌아 80년대의 5공으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번 쇠고기 협상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체결된 협상의 내용이 국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협상대표단의 치명적인 실수들을 인정하기는커녕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기에 열을 올려 왔고 국민을 무시한 채 수입을 위한 고시를 강행해 버렸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대처에 맞서 각급의 다양한 시민단체와 국민들은 촛불문화제를 통해 정부를 설득(?)해 왔다.

적반하장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초기에 촛불문화제를 견인한 주체는 ‘2.0 세대’라 불리는 10대들이라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10대들의 반란’은 양심적인 기성세대에게 이중적인 자괴감을 주기에 충분했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어린 자녀들을 무한경쟁의 정글로 밀어 넣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들의 생존권과 건강권마저도 지켜 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이후 계속된 촛불문화제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참여한 어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지식인들의 집단적인 침묵이다.

이번 사안이 광우병이라는 전염병에 관한 과학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고 통상외교 문제와 생존권 등 여러 가지 전문적인 부문에 관계되어 있어 지식인들의 침묵은 더욱 아쉽기만 하다.

정치적인 해석에 관계치 않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짚고 과학적인 사실을 밝힘으로써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조기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식인들의 가져야 할 사명이 아닌가?  이번 일을 계기로 지식인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역사의식과 사명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지성인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식인은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나 지식층에 속하는 사람”을 말하며 지성인은 “사회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쇠고기 협상의 부당함을 알리고 수입을 저지하기 위해 온몸으로 맞선 10대들과 시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지성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제집 드나들 듯이 언론에 얼굴을 내미는 인사, 내로라하는 논객(論客)들은 유명한 지식인 내지 전문가일 뿐 지성인은 아니다.

  굳이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의무를 대변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오늘날에 이르러 ‘참여 지식인’상은 더 이상 예외적인 것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많은 문제점과 갈등을 감안해 볼 때 전통적인 지식인들이 해야 할 역할과 사명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자신의 유명세와 안락한 생활을 되돌아보지 않고 국가의 불의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여 일찍이 ‘행동하는 지성의 상징’이 된 에밀 졸라(Emile Zola)의 다음과 같은 외침이 그립기만 한 때이다.

“진실이 행군하고 있고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음을! 진실은 지하에 묻혀서라도 자라납니다.

그리고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합니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것 입니다.

”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