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도 방심했다. 수비 전환 시점을 놓쳤다." 

허정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53)이 지난 31일 요르단 전 2-2 무승부에 대해 자신의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허 감독은 1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있은 회복훈련을 마친 후 전날 경기에 대해 "나부터도 방심을 했다.

악몽을 꾼 것 같은 기분"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국은 요르단전에서 전반 38분 박지성의 선제골, 후반 2분 박주영의 페널티킥 골로 2-0으로 앞서 나갔지만, 교체투입된 하산 압델 파타에게 후반 27, 34분에 연속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허 감독이 요르단 전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이날 훈련에서는 여유를 되찾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2골을 넣고 나서 경기 흐름이 좋지 않았다면 당연히 수비로 전환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수비에 치중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허 감독은 "김두현의 헤딩 슈팅이 골문을 벗어난 시점이 분위기가 바뀐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후반 9분 교체 투입된 김두현은 후반 23분께 조원희의 크로스를 강력한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아슬아슬하게 크로스바를 넘기고 말았고 이후 2실점을 당했다.

에두아르두 마누엘 마르티뉴 빙가다(넬루 빙가다) 요르단 감독 역시 경기 후 "2번째 골을 허용한 뒤 계속된 위기에서 한국이 1골이라도 더 넣었다면 경기는 거기서 끝났을 것"이라며 "하지만 몇 차례 위기를 극복한 뒤 동점을 만들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허 감독은 "그때 수비를 했어야 되는데 이후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공을 뺏기는 장면이 나오면서 골을 허용했다"면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요르단에 대해 허 감독은 "힘, 스피드는 기본적으로 갖춘 팀이지만 골 결정력이 좋은 팀은 아니었는데"라고 말 끝을 흐리며 안타까워 했다.

남은 3차 예선 일정에 대해서는 "이번 경기에서 이겼으면 일찌감치 최종예선 행을 결정지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차피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최종전인 22일 북한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한 경기하고 말 것도 아니므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선수들도 프로에서 몇 백 경기를 치른 선수들인 만큼 앙금이 남지 않을 것이다"며 가라앉은 대표팀 분위기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듯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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