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매력은 경기가 끝나봐야 결과를 안다는 점이다.

실력차가 아무리 뚜렷하더라도 경기 결과는 뜻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3일 광주에서 폐막한 제37회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이 같은 스포츠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줬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됐던 선수들이 대거 탈락하기도 했고, 순위권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선수들이 메달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지난 36회 대회에서 800m와 1천5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에서도 전북 선수단에 2개의 금메달을 안겨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신소망(이리동중)은 노메달에 그쳤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대회 첫째 날인 지난 31일 800m예선에 출전한 신소망은 1위를 달리다 육상 필드 경기를 하던 투포환 선수와 부딪쳐 넘어졌고, 가까스로 일어나 역주해 예선은 통과했지만 후유증으로 800m결승은 물론 다음날 열린 1천500m 경기까지 포기해야 했다.

역시 지난해 2관왕에 오르며 차세대 인어공주로 손꼽혔던 임수영(김제여중)도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게 수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 해 열린 전국대회마다 싹쓸이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대회 우승후부 1순위 였던 배구의 남성중도 결승에서 경북에 덜미를 잡혔다.

개인 종목과 달리 단체종목의 경우 실력차를 극복하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남성중의 우승달성 실패는 배구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전북 선수단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신소망과 임수영, 남성중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는 반면 전북 선수단을 환하게 하는 낭보도 잇따랐다.

당초 메달권 진입 예상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이진영(오수중)은 양궁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며 깜짝쇼의 주인공이 됐다.

전북은 초등부에서 1~2개의 금메달을 예상했지만 여중부에서 이진영이 금메달을, 그 것도 한꺼번에 3개를 전북에 선사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특히 이진영의 3관왕은 전북이 8위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은 조손가정 출신의 박세종(용소중)은 남중부 역도 45kg급에 출전해 2관왕에 오르며 부모 없는 슬픔을 한 방에 날렸다.

10년째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불우한 가정 환경 소식이 전해지면서 박세종 선수에 대한 격려가 쇄도했다.

야구에서는 전라중이 전북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우수 선수들이 타지역으로 떠나는 현실속에서 소년체전에서 30여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기 때문. 열전 4일 동안 빛고을 광주를 환하게 비췄던 성화는 이제 꺼졌다.

이 기간 어떤 선수는 울어야 했고, 어떤 선수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울고 웃었던 선수들 모두 지난 1년 동안 이 대회를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어린 선수들의 등을 한 번쯤 두드려 주며 격려 한마디 해주면 어떨까.

/신정관기자 jk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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