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오르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도내 각 산업현장이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도로와 주택 등 건설현장은 고유가에 원자재 수급난까지 겹쳐 기초적인 건설 장비조차 운영할 수 없는 ‘임시 휴업’ 상태다.

일부 현장은 철근 등 고가의 원자재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당 공정을 뒤로 미룬 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레미콘과 아스콘 등 필수 건자재를 취급하는 업계도 줄어든 물량과 감당하기 힘든 유류비 때문에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라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고유가 직격탄 맞은 운송업계   경유값이 리터당 2천원대를 육박하고 LPG가격이 리터당 1천원대를 돌파하면서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화물·운송 업계는 날벼락을 맞았다.

도내 시외버스 등 노선버스 업계는 “경유가 인상으로 인해 대당 월 200만원대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당국에 30%의 노선감축과 유가 인상분 지원 등을 요구했다.

화물업계와 건설노조도 고유가 부담을 호소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전북 하이트 분회 조합원 20여명은 지난 5일 고유가에 따른 운송단가 최대 40% 인상을 요구하며 사측과 협상을 벌였다.

조합원 양호규씨(61)는 “갈수록 물동량은 줄고 운송거리는 멀어지고 있다”며 “경유가격이 1천100원대 책정된 1회 운송단가 3만9천원은 기름값이 2천원대에 이른 현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건설노조 전북지역본부도 “납득할 만한 고유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16일 예정된 상경 투쟁을 전후로 조합원들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물가 급등, 제조·유통·요식업계 ‘폭탄’ 고유가와 함께 나날이 급등하는 물가로 도내 주요 요식업소와 주유소,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도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년 만에 처음으로 5%대를 넘어섰다.

유류제품과 공산품, 개인서비스 요금 등이 물가 상승을 이끌어, 5월 소비자 물가는 전달에 비해 5.3% 올랐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는 대폭 줄었다.

요식업 전북지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문을 닫은 도내 음식점은 한달 평균 100여 곳, 모두 449개소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개소가 늘었다.

지회는 “올 초 AI와 고유가, 소비자물가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비회원 업체까지 포함하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주유업계도 고유가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비켜가지 못했다.

고유가로 운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매출액은 평소보다 30%대로 줄었다.

전주시내 모 주유소 대표는 “업계간 경쟁이 심해지고 기름값이 계속 올라 하루 평균 170여대에 달했던 주유대수가 최근에는 60여대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올 들어서만 인근 주유소 3~4곳이 유류구입비 등 주유소 운영자금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부 제조업체도 늘어가는 경상비를 감당하지 못해 생산라인을 줄이는 등 고물가 소비위축에 따라 자구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내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물류부담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로 당분간 생산라인 감축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성준기자 ssj@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