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 무엇을 그릴 것인지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무계획의 작업, 무의식의 즉흥성 유희를 즐기거든요.” 무위자연의 세계, 중도를 노래한 한국화가 이희춘씨(46). 그의 작품세계를 담은 ‘꿈·중도읽기’전이 갤러리 공유에서 열리고 있다.

서정적이고 추상적인 기존 작품과 달리 이번 작품들은 구체적이고 회화적이며 여백의 미를 강조해 민화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또한 먹과 물감의 자연스러운 번짐과 먹물을 진하게 혹은 약하게 덧칠하면서 표현기법을 달리한 점도 특징적. 화폭에는 다리를 쭉 뻗고 앉은 사내부터 아기를 업은 아낙, 다이내믹한 몸짓의 춤을 추는 남녀 그리고 새와 나무·꽃·사슴까지 대부분 작품에 인간·식물·동물이 엉켜있다.

전시관을 들어서면 정면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용과 마주친다.

중도를 주제로 작품을 준비하던 중 이씨가 꿈속에서 만났다는 용에 다름 아니다.

이씨는 “선을 없애고 자연스러운 먹물의 번짐으로 작품 안에서 자연과 인간은 물론 모든 만물은 평등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이번 신작에 옛 문인화가의 선(禪)적 취향이 풍기길 갈망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초자연적 초시공적 무위자연의 작품세계에서 용은 최고의 동물”이라며 “용꿈은 그야말로 이번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잘 되기 위한 좋은 징조”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씨가 붓을 잡고 한길을 걸어온 지도 20여 년. 그는 작품의 상품성과 대중성보다는 본인이 추구하는 동양 사상을 지속적으로 화폭에 담는다.

나름대로의 패턴을 벗어날 법도 한데 여전히 친근함을 보여준다.

반가사유상이 그려진 작품이 대표적. 불가에서 말하는 평상심을 아름다움과 추함, 증오와 기쁨 등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평등심을 뜻하는 중도와 결부시켜 무위자연의 세계를 표현했다.

이씨는 이 전시에 앞서 미국 뉴욕에서도 지난 3월 ‘꿈·중도읽기”전을 가진 바 있다.

그는 “작품 속에 담겨진 중도의 의미를 짧은 영어 실력으로 온갖 제스처를 해가며 외국인에게 알렸다”며 “외국인들이 한지 위에 그려진 먹물의 번짐을 보고 신기해하고 재밌어 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뉴욕 개인전을 회상했다.

이씨는 이번 전주 개인전도 중도의 의미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 “중도를 통해 욕심 없고, 서로 아낄 줄 아는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세상이 됐으며 좋겠다”며 “열악한 예술환경 속에서 일반적 상품이기 보다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자리하여 감동을 주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다음달 4일까지, 또 다음달 5일부터 8월 5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올해 작업한 50여 점을 나눠 전시한다.

/김찬형기자 kch@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