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21주년을 맞은 10일 오후부터 11일 새벽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성난 촛불이 서울 도심거리를 메웠다.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도 평화로운 촛불 집회와 시위가 동시에 펼쳐졌다.

1700여개 시민단체 및 인터넷 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10일 '100만 촛불대행진' 집회와 거리시위를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했다.

당초 최대 인파가 운집할 것이라는 전망때문에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이 우려됐으나 기우에 그쳤다.

시위대는 걱정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폭력시위는 안된다"며 자제의 목소리를 높였고 경찰 역시 시위대와 직접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었다.

70만명(경찰추산 8만명)의 시민들은 이날 오후 9시15분께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마친 뒤 미 쇠고기 재협상 및 이명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 추산 8만명의 시위대는 촛불집회를 개최한 이래 최대 규모다.

이들은 서대문과 안국동, 세종로 방면 등으로 각각 나뉘어 촛불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된 시위대는 광화문~종각~조계사를 거쳐 안국동 방면으로 이동했지만 경찰 저지선에 막혀 청와대 방향으로는 더 이상 행진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시위대는 광화문~서대문사거리~독립문~사직터널 방면으로 이동했으나 전경버스 7대로 구성된 차벽에 막혀 역시 청와대 행을 이룰 수 없었다.

일부 시위대는 전경버스에서 기름을 빼내 불을 지르려고 했으나 나머지 시위대가 "불법시위는 안된다"며 모래를 뿌려 저지하는 장면도 있었다.

세종로 사거리에 남아 있던 시위대는 삼삼오오 모여 노래를 부르거나 '이명박은 물러나라', '고시철회' 등을 연호하며 농성을 벌였고, 일부 시위대는 쇠고기 수입 반대의 글을 적어 행진을 막은 컨테이너에 붙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릴레이 자유발언을 하며 밤샘 시위를 했다.

경찰은 서울 세종로사거리 광화문 방면과 적선로터리 효자동 방면, 동십자각 앞 도로 등 청와대 방면 주요지점 3곳에 대형 컨테이너 60대를 동원해 차단벽을 설치했다.

일부 시위대는 대형 스티로폼을 쌓아 경찰의 컨테이너 차단벽을 넘으려다 '평화시위'를 외치는 시민들의 만류로 포기했다.

국민대책회의는 10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했다.

당초 이들은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들이 오후 3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를 개최하자 충돌을 우려해 광화문 청계광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번 집회에는 가족단위 시민과 대학생들이 많이 참가한 것이 눈에 띄었다.

또 고(故) 이한열씨의 추모 행렬과 고(故) 박종철씨의 유가족 등이 촛불집회에 합류하면서 386세대의 집회 참여가 두드러졌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상천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도 집회에 참여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연맹과 금속노조 등 조합원 7000여명, 전교조 교사 200여명, 불교환경연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 종교인 수백명 등 각계 각층 인사의 참여도 이어졌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협상무효 고시철폐',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이명박 OUT'이라고 적힌 피켓과 손에 든 촛불을 흔들며 '이명박은 물러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가수 안치환씨와 양희은씨가 촛불집회에 나와 '자유'와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불렀으며, 영화배우 문소리씨는 "미친소가 우리에게 이명박 정부의 실체와 FTA가 무엇인지에 대해 큰 깨달음을 줬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하루빨리 깨닫고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한다면 시민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참가자들은 경찰의 도발이 있더라도 한번더 자제력을 발휘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대책회의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500명 이상의 질서유지 자원봉사단을 꾸렸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0일 오후 7시40분께 집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시민들의 야유와 거센 항의로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전국 곳곳에서도 촛불문화제 개최 이래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모였다.

광주와 전남에는 5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해 밤 늦도록 촛불집회를 거행했다.

3만여 명이 참가한 부산지역 촛불문화제에는 철도·지하철노조 등 민노총 노조원들과 13일 총파업을 예고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합류했다.

전북 전주시 경원동 민중서관 사거리에서도 도내 120여개 단체와 종교계, 학생과 시민 1만1000여명(경찰추산 6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 3000여명이 운집한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는 농민단체 회원 30여명이 상복을 입고 상여를 운반하며 집회에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에서도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부의 졸속협상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이날 제주시청 어울림 광장에는 직장인과 학생, 가족 단위 시민 등 도민 2000여명이 모였다.

경남 창원시 용호동 정우상가 앞 인도는 촛불문화제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경남지역 19개 시·군에서 동시다발로 열린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5000여명이 동참했다.

병력 100% 동원 체제를 유지하는 '갑호비상'을 발령한 경찰은 이날 전국적으로 310개 중대(3만여명)의 경찰병력을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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