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의 지나치게 지적이던 추상미술에 대한 반동은 신표현주의로 이어졌다.

구상성을 회복한 신표현주의를 일반적 형식이나 내용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범세계적 다양한 원천 속에서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을 전개하였다.

대표적 신표현주의 작가로는 독일출신의 조각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와 미국의 줄리앙 슈나벨(Julian Schnabel, 1951~)을 들 수 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서울의 국제 갤러리아 갤러리 현대에서 두 거장의 전시가 각각 거의 동시에 있었다.

독일에서 요셉 보이스 이후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키퍼의 작품은 어둡고 암울한 색채와 장대한 풍경의 스케일로 관객을 압도한다.

1970년대 이후 고대로부터 이어온 유대인의 역사와 나치정권을 다룬 일련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당시 독일사회에서 다소 다루기 껄끄러운 주제를 다룸으로써 논쟁의 핵심이 되었다.

키퍼의 주제는 점점 확대되어 삶과 죽음. 인간과 우주, 종교와 신화, 생명과 죽음, 문학과 음악 등 보다 근원적이고 깊이 있는 주제를 묵시록 같은 종교적 엄숙함으로 다루었다.

키퍼는 고대 유대교의 교리 외에도 중세 연금술, 식물학 등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납, 꽃, 고사리, 지푸라기, 재, 흙, 모래 등 물성이 그대로 드러난 제한되지 않는 재료를 이용해 회화, 조각, 설치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하였다.

특히 그의 주된 재료 중 하나인 납은 중세 연금술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재료였다.

회색 톤의 암울한 색채를 지닌 납은 물질에 치명적 독성이 함유돼있으나 용해점이 낮고 쉽게 구부러져 가공이 용이할 뿐 아니라 방사능과 같은 오염원에 강한 내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납의 이러한 조형적, 상징적 성질은 키퍼의 작품 에서 주된 재료가 되었다.

미국의 줄리안 슈나벨의 경우 깨진 도자기를 캔버스에 붙이는 등 다양한 재료의 실험을 통해 고전과 신화, 역사 등의 이미지를 절충하여 개인적이면서 암시성이 강한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그는 2007년 ‘잠수종과 나비(The Dving Bell and the Butterly)'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사진설명 = 안젤름 키이퍼의 1981년작 ‘마가레테(Margarete, 런던 Saatchi 컬렉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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