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작가 에밀·졸라의 ‘루공마르까전서’ 제4권에 ‘나나’라는 이름의 매춘부가 등장한다. 그녀는 가난이 원수다. 미모와 섹시함을 자랑하는 그녀는 한 때 3류 배우로 활동하다 매춘을 택했다. 잘 웃고 쾌락적인 그녀는 상류층 인사들을, 그야말로 쾌락적으로 파멸시킨다. 자신도 즐기면서 가진 자들에 대한 일종의 응징이었고 복수였다. 그러나 그녀의 최후는 그녀가 지난 날에 파멸시켰던 그 어떤 사람의 종말보다도 훨씬 더 비극적이었다. 쾌락에 몸뚱아리를 내던진 체, 결코 내일을 믿지 않았던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놀랍게도 그 당시 천형이었던 천연두였다.

비단 문학 속에서 뿐 아니라 쾌락의 최후가 비참하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도 곧잘 목격된다.
40대 중반의 김아줌마는 이른 바 콜걸이다. 그 세계에서는 이미 폐계(廢鷄)다. 그렇지만 성매매금지법에도 불구, 그녀는 은밀히 성을 판다. 수입은 대략적으로 월 3~4백만원선. 가끔 수모는 따르지만 적어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없다. 물론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고, 가끔의 쾌락이 싫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 벌써 5년째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심한 회의가 들었다. 뭣 보다 비록 떨어져 있지만 자식들 볼 면목이 없고, 이 넓은 세상에 단 혼자라는 외로움이 절망감으로 이어지곤 했다. 자신에 대한 미움도 자꾸만 자랐다. 괴로운 날은 폭음으로 이어졌다. 그런 날은 집에 돌아와 한참동안 울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는 이유로 이미 헤어졌던 남편은 다시없는 '천사‘였고, 가끔은 그립기도 했다. 가난 속에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며 살았었지만 그래도 그 때가 행복했던 시절였다는 것을 그녀는 얼마 전에야 개달았다. 할 수만 있다면 몇 번이이고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되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후회와 절망 속에서 그녀는 그렇게 시들어가고 있다.

이런 경우가 어디 김아줌마 뿐이겠는가. 쾌락적으로 고삐풀린 사회가 만들어낸 이런 희생물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 쾌락적인 사회가 좋다고 연신 희희낙락이다. 쾌락의 끝은 어김없는 파멸인 것을.

/전북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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