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 꿈을 보았네/ 가지에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 오늘 밤도 지났네 그 보리수 곁으로/ 깜깜한 어둠 속에 눈 감아 보았네/ 가지는 산들 흔들려 내게 말해주는 것 같네/ 이리 내 곁으로 오라 여기서 안식을 찾으라고/ 찬 바람 세차게 불어와 얼굴을 매섭게 스치고/ 모자가 바람에 날려도 나는 꿈쩍도 않았네/ 그곳을 떠나 오랫동안 이곳 저곳 헤매도/ 아직도 속삭이는 소리는/ 여기 와서 안식을 찾으라.”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가곡의 왕이라 불리우는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Der Lindenbaum)’라는 작품이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보리수는 ‘린덴바움(Lindenbaum)’이라는 나무로 보리수나무 종류가 아니라 피나무류 식물이다.

피나무류는 염주나무와 중국에서 불교와 함께 들어온 나무로 알려진 보리자나무가 있다.

그러나 가곡의 린덴바움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불교의 보리수와 혼동하여 잘못 옮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자라는 보리수나무는 키가 작은 관목으로 노래 가사에서처럼 나무 그늘 밑에서 단꿈을 꾸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보리자나무가 절에서는 흔히 보리수나무로 부르는데, 이는 피나무과(Tiliaceae)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키는 10m 정도이다.

그리고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아래서 득도했다는 나무는 뽕나무과(Moraceae)의 상록수로 인도보리수(Ficus religiosa)인 핍팔라(pippala)나무인데 석가모니 ‘고타마 싯타르타’가 그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이후 ‘보리수’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보디 드루마(Bodhi druma)’, 또는 '보디 브리크사(Bodhi vriksa)'라 하는데 ‘브리크사’를 음역한 것이 ‘보리수’라고하는 것이 정설이다.

또 ‘깨달음을 준 나무’라 해서 각수(覺樹), 도량수(道場樹)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부르는 보리수는 보리수나무과의 낙엽 관목으로 키는 3m 정도까지 자라고, 잎 뒷면과 어린가지는 은백색을 띠며 가시가 달려 있다.

5~6월 연노랑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1~7송이씩 무더기로 피고 열매는 9~10월 붉은색으로 익는데, 달고 맛이 있어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분들은 꼭 한번쯤은 먹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민간요법에 의하면 꽃에는 정유성분이 있고 은은한 향기가 있어서 차로 달여 마시거나 향료를 만드는 데 썼다 하고, 알코올 중독 풀고 피나는 것과 설사를 멎게 한다.

한방에서는 설사, 목마름, 천식, 해수를 주로 치료하며, 오장을 보익(補益),  번열(煩熱), 소갈(消渴), 지혈(止血), 소화불량, 골수염, 부종, 생리불순, 치질 등을 다스린다고 한다.

국내자생 보리수나무 중에 남해안 지역에 분포한 상록성 보리수나무는 보리장나무, 덩굴볼레나무, 볼레나무, 보리밥나무, 녹보리똥나무, 왕볼레나무 가 있고 중남부 내륙에는 낙엽성 보리수가 자라는데, 보리수나무와 요즈음 붉고 탐스럽게 익어가는 일본산의 뜰보리수가 있다.

석가의 보리수, 슈베르트가곡의 보리수, 불가의 보리수, 우리 추억의 보리수 등이 같으냐? 다른 점이 무어냐? 이리 묻는 이가 많아 정리해 보았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소재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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