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자신을 권력사유화의 핵심 인사로 지목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을 정조준함에 따라 한나라당이 다시 술렁거리는 등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권력 사유화'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비서관은 신동아 최근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추천한 인사들이 청와대에 가장 많이 들어갔다"며 "청와대 참모 인선 과정에서 정 의원은 50명 가량의 명단을 전달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중에 30명 정도가 관철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인사 배후설과 관련해서도 "이 부의장을 오래 모셨지만 지금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인데 대통령께 보고를 드려야지 어떻게 이 부의장께 재가를 받겠느냐"며 부인했다.

박 전 비서관의 경우 정 의원의 문제제기로 청와대에 사표까지 제출한 상황이어서 그의 발언은 자칫 '보복성 폭로'로 비쳐질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과거 권력의 핵심에서 인사를 주도했던 만큼 이번 사태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며, "정 의원도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박 전 비서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며 "정 의원은 인수위 때부터 이 전 부의장과 상관 없이 인사에 개입해 당내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정 의원이 과연 '권력사유화'를 지적할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과거 정동영 전 의장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비판했던 것은 '당 쇄신'의 의미가 있지만, 정 의원은 스스로 '흠'이 있는데 무슨 자격으로 이 전 부의장을 비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초선의원은 "박 전 비서관도 젊은 나이에 날개가 꺽였는데 억울하지 않겠느냐"며 "이 전 부의장이 정 의원의 후원회장을 4년여 동안 한 것으로 아는데, 정 의원은 불만이 있었다면 언론플레이를 할 것이 아니라 이 전 부의장을 직접 찾아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 의원과 가까운 친이계 의원들은 "이제 겨우 갈등이 수습됐는데 이런 문제가 다시 불거져 유감"이라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권택기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말 답답하다"며 "정권창출에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서 나도 이번 사태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권 의원은 "정 의원도 더이상 서로 오해를 만들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기회에 대통령이 인적 쇄신으로 거듭나도록 적극 돕겠다고 하지 않았으냐"며 "인사라는 것이 항상 뒷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정리 국면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의원은 "언론 인터뷰 내용을 듣고 박 전 비서관과 직접 통화를 했었다"며 "박 전 비서관이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 두달 전 해당 기자와 만나서 한 얘기가 뒤늦게 보도돼 나도 당황스럽다.

정확한 내용도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두 사람 모두 더이상 이 일이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최근에는 인터뷰도 일체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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