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홍찬씨, 이책 읽어주세요 - 류우익의 ‘장소의 의미’ [0809]홍찬씨, 이책 읽어주세요 - 류우익의 ‘장소의 의미’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역사적 관점이라면 류우익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의 ‘장소의 의미(삶과 꿈, 2004)’는 장소적 관점이다.

그는 이 두 권의 책에서 우리나라 곳곳을 답사하며 한국의 인간과 시간을 공간이라는 잣대로 풀어 썼다.

한반도는 기후와 지형이 다양하여 변화가 많고, 땅과 바다의 생산물이 풍성하며, 빛과 색의 축복을 받아 아름답지만 한국인들은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

첫째는 반도적 위치론이다.

한반도는 해양으로 나가려는 대륙세력과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해양세력이 각각 교두보로 점령하려는 전략적 요충이므로 외세의 침략에 끊임없이 시달릴 운명이다.

그는 이 말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반박한다.

“반도란 말 그대로 대륙에서 바다 쪽으로 튀어나와 반절은 섬처럼 생긴 땅이다.

섬 같은 곳이면서도 대륙에 닿아 있어 절반의 섬이다.

그러나 그 접근성은 쌍 방향적이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접근성에 눌려 행동반경이 위축되고 그 세력에 지배된다고 하지만 반면에 바깥으로 나가는 접근성을 중시하여 적극적으로 진출을 도모하고 활동공간을 넓혀간다면 국력이 신장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있다면 반도세력도 있다는 것도 그의 관점. 그리스 반도(헬레니즘), 이태리 반도(로마제국), 이베리아 반도(무적함대), 스칸디나비아 반도(바이킹)를 보면 유럽의 모든 반도들이 앞선 문화를 일구었고 타국을 정복하였으며 대국을, 복지국가를 건설했다고 설파하는 것이다.

 둘째는 주변부 위치론이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 있는 외곽지역이라는 것. 그러나 그는 주변적이라는 말은 중심적이라는 말에 대하는 개념이라면서 국토는 지표상에서 일정한 공간적 위치를 점하기 때문에, 그것은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즉 어디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서있는 곳이 바로 중심이 되며,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땅은 그 주변이 된다는 논리다.

서구에서는 자기들을 중심으로 하여 한반도를 극동(極東, Far East)이라고 부른다는 것. 그러나 아시아 태평양 시대가 열리면서 동아시아는 세계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으며 그 동아시아에서 한반도는 동해와 황해를 양안(兩岸)에 끼고 중심부가 될 수 있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결론은 지리적 속성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는가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이라는 데 초점이 모아진다.

반도라는 땅은 개방적 공간이고 접근성이 좋은 땅이다.

이것이 바로 반도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반도를 내륙처럼 섬처럼 썼다.

이제는 바다와 바다 건너의 땅에 관심을 기울이고 반도를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바라보고, 그 특성을 이용하여 한반도의 지리적 잠재력을 깨워서 한반도를 중심에 놓고 구도를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조홍찬 정치학박사·동일유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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