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구 사회교육부장

 어제도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전날 술을 마신 뒤 차를 두고 귀가했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크게 오른 뒤부터 몇차례 버스를 탔다. 기름값 인상을 체감하기 이전에는 주로 대리운전을 이용했다. 그러다 기름값이 올라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택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택시비에 비싼 기름값까지…’ 이중 부담은 피해보자는 요량이었다. 그러다 어느날 버스를 타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처지에 구태여 요금이 비싼 택시까지 탈 필요가 있는지에 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 것이다.

  버스를 타보니 당초 생각보다 훨씬 나았다. 내게 남아있는 버스에 관한 기억은 아마도 80년대 대학시절일 것이다. 20여년동안 거의 버스를 타지 않았으니 세상 따라 발달해 온 버스를 알 턱이 없었다. 승용차나 택시에 비해 별로 모자랄 것이 없었다. 나의 경우에는 타고 내리는 곳도 가깝고, 시간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새롭고, 사람끼리 사는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는 ‘눈높이’가 달랐다. 세상을 보는 시선을 높여 준다. 게다가 싸다. 그냥 ‘천원짜리’ 한 장이면 된다.

  기름 절약, 사람 사는 정까지 
버스를 타면서 생각해보니 이점이 많았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 ‘기름’은 우리에게 ‘아킬레스건’이다. ‘기름 안난다’는 이유로 산유국들의 농간에 놀아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검은 진주’에 포원(抱寃)이 졌다. ‘7광구’에서 기름 나온다고, 그래서 ‘산유국’이 된다고 노래한지가 언젠데 지금까지 ‘기름 나온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런 마당에 기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갸륵한 일인가. 

버스를 이용하면 그만큼 자가용 차량이 줄어들 테니 교통 문제도 자동 해결된다. 차가 막힐 일도 없고, 주차 문제로 복잡할 것도 없다. ‘유량게이지’를 보면서 ‘기름이 뚝뚝 떨어진다’고 애태우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워도 없고, 신호에 막혀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 마음조차 관대해진다. 접촉사고가 나도 서로 ‘내 탓’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나아가서는 길을 뚫고, 닦고, 고치고, 손보는 데 따른 건설비, 유지관리비, 인건비, 시설비 등 막대한 사회 자본을 절약할 수 있다. 지자체마다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지원하는 예산도 아낄 수 있다.

사람끼리 사는 정(情)도 느낄 수 있다. 내가 타는 버스는 주로 봉동 쪽에서 나온다. 모래내 시장에서 노점을 하는 할머니들의 보퉁이가 문 앞에 널려 있다. 처음 버스를 탔을 때는 짐을 내릴 때 어떻게 할 것인지로 잠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앞장서 집을 들어 주자니 태(態)를 내는 것으로 비쳐질 것 같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양심에 걸리고.’ 이는 한갓 기우(杞憂)였다. 할머니의 보퉁이는 함께 내리는 사람들이 하나씩 들고 내렸다. 내리는 사람이 없을 때는 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돕는다. 당연한 것을 잊고 살아온 것 같아 혼자서 부끄러웠다. 어울려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항상 돕고 살아왔던 것이다.

의외로 쉽고 편한 버스 타기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마음의 여유. 버스에서는 책을 읽어도 되고, 졸아도 된다. 전화 통화도 가능하고, 문자도 보낼 수 있다. 두루두루 남들 사는 세상도 살피게 된다. 거리의 달라진 모습,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열심히 일하는 시장 사람들, 그리고 옆에 달리는 승용차와 택시의 안까지 높은 눈으로 볼 수 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남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한다. 그래서 누가 보지 않아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까지... 

사람 만나는 즐거움 가운데 불편한 게 하나 있다. 버스 승객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대학생과 젊은 직장 여성, ‘아줌마’까지 여성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버스에 오를 때 일시에 몰리는 시선과 이질감. 그게 좀 멋쩍다. 그 멋쩍음을 덜기 위해서라도 남성들의 ‘버스 타기’에 앞장서고 싶다. 자동차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야 하고 싶어도 못하겠지만 출퇴근만 하는 직장인이라면 한번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버스 타기는 의외로 쉽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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