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건설노조가 상경투쟁을 끝내고 현장에 복귀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도내 대부분 현장에서 부분 파업이 진행되면서 각종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건설현장 내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 작성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귀한 노조가 도내 각 건설현장별로 업체를 상대로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계약이 체결된 곳은 단 1군데도 없다.

건설노조 전북지역본부는 24일, 정부가 약속했던 표준임대차계약이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도내 150여개 건설현장에서 부분 파업이 진행되는 등 파업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정부가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 정착에 노력할 것 등을 약속하면서 노조측 상경투쟁은 일단락됐지만, 현장은 여전히 노조원과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간 유류비를 포함한 운송단가 합의가 지연되면서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 주요 건설기계의 운용이 중단되고 있다.

전주-광양간 고속도로와 전주-논산간 고속도로 확·포장 현장 등 도내 핵심 공사현장이 파업 9일째를 맞고 있지만, 노조와 업체, 양측의 견해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15톤 덤프트럭의 경우 1일 10시간을 기준으로 기름값과 차량유지비, 인건비를 포함한 33만원의 운임이 책정돼 있고, 이는 경유값이 900원대일 때 합의된 것으로 현 상황에서 기름값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업체는 유류비 보조 차원에서 최대 5만원의 단가 인상을 제안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일시적 운임 인상은 결국 기름값이 또 다시 오르게 되면 재차 투쟁에 나서야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며 “정부가 약속한 대로 표준임대차 계약을 통해 건설업체가 경유를 직접 구입, 지급하는 것만이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도내 각급 공사현장의 파업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와 자치단체 등도 정상화를 위한 대책에 고심하고 있지만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관련법상 표준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아도 100만원 이하 과태료만 물리게 돼 있고, 운반비와 유류비는 현장 여건을 고려한 업체와 노조의 합의 사항으로 강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노조 전북지역본부는 “관급공사의 경우 계약금 자체를 올리는 등 실질적인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며 “표준임대차 계약을 통한 사태 해결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합원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투쟁의 수위를 높이는 등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성준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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