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게 바로 경청(傾聽 혹은 敬聽 다 해당됨)이다.

경청이란, 말 그대로 상대방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주의깊게 듣는 것, 혹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을 뜻한다. 상담학에서는 경청만 잘 해도 상담을 원하는 내방자의 문제점의 80%가 자연 해결된다며 뭣 보다 경청에 주력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분명 경청이야말로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기초라는 점과 대개의 경우 질문에 답이 있듯, 래방자로서 털어놓는 고민 그 속에 답이 있기에 잘 들어만 줘도 본인 스스로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점에서 옳은 말 같다.

사실 경청은 상담학 뿐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가진 것 없고 별 재주가 없어도 그저 남 말 잘 들어만 줘도 ‘좋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는 칭찬과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주변의 P씨는 50대 후반으로 별로 가진 것도 없는 데다 이렇다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셀러리맨이다. 생김새도 약간 펑퍼짐해 요즘 세상이 요구하는 영악과는 거리가 먼, 그저 둥굴스런 모습에 말도 전혀 꾸밈이 없고 행동역시 굼떠 오히려 ‘띨한’ 쪽에 가까운 편이다. 그런데도 주변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 그의 특기라면 그저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 하나 뿐이다. 누가 웃은 얘기를 하면 그냥 잘 웃어주고, 어떤 주장이 나오면 고개를 끄떡이며 적극 동조해 주는 등 추임새가 좋다. 그거 하나다. 자기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상대 얘기만 끝까지 열심히 들어주는 것 뿐이다. 그거 하나로 평생을 ‘좋은 사람’, ‘같이 있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며 늘 인기가 있다.

그런가 하면, 자기 얘기만 하는 K씨도 있다. 60대 중반에 이른 그는 늘 누구를 불러낸다. 그리고는 자기 자랑이나 자기 역량을 과시하길 좋아한다. 남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시종 자기 말만 앞세운다. 같이 있으면 금세 피곤해진다. 경력도 꽤 화려하고 배움도 남에게 쳐지지 않아 똑똑하다는 평은 들어도 누가 같이 있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기피대상이란 얘기다. 제 잘난 맛에 살겠지만 불행한 사람이다.

어쨌든 주위로부터 인정 및 좋아함을 받는 등 성공적인 대인관계를 원한다면 뭣 보다 경청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도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라’고 가르치고 있겠는가.

/전북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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