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에 유물혼성(有物混成)라는 말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것은(그것이 선이건 악이건) 서로 얽히고 설키어 혼합해 섞여 존재한다는 현상에 대한 노자의 철학 및 존재론적 사유를 나타낸 말이다.

아무튼 이 말 속에는 이 세상 만물을 절대적인 선이나 절대적인 악으로만 규정할 수 없으며, 그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적절한 작용을 통해 서로 보완·유지되고 있다는 노자적 도(道)의 관점을 잘 드러나 있다. 사실 태양이 반드시 필요하되 과하면 오히려 해되는 이치라든가, 박테리아가 분명 해로운 것이나 지구의 청소역할에는 또 없어서는 안 될 절대필요물이라는 점 등을 고찰하면 그의 지적이 충분한 당위성을 지닌다. 설사 그 말이 아니더라도 역시 노자의 저 유명한 화광동진(和光同塵=빛과 어울리되 먼지와도 동거한다)이란 표현도 빛이라는 선과 먼지라는 악의 공존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쓰는 옥석혼효(玉石混淆=옥과 돌이 서로 섞여있다)라는 말도 결국은 돌이 있음으로써 옥이 가치가 있다는, 그래서 서로 나름대로 보완하며 얽혀있다는 존재론적 의미를 지닌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들의 공통적인 교훈은 어디까지나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 공존을 위한 화합의 절대 필요성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선과 악, 백 아니면 흑으로 나누는 식의 이분법에 갇혀 어느 한 쪽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며 타도를 외치는 자들이 많다. 대개 근본주의자들인데 도덕주의자나 개혁주의자, 혹은 혁명주의자들이 그들이다. 대개 선을 자처하는 그들은 상대를 타도대상의 악으로 규정하는 데 서슴치 않는다. 그들이 얼마든지 옳을 수도 있지만 그 타이트한 이분법에 따라 독선에 빠지기 쉽다. 세상이치가 가로세로 직물(織物) 얽히듯 서로 얽혀 짜여있는데 가로면 가로, 세로면 세로만 주창하고 그것으로 직물을 짜려하니 애당초 안 되는 일인데도 그들은 그 점을 간과한다. 그러니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게끔 돼 있다.

지난 날 노무현 정권이 그랬고, 열린우리당이 그랬는데, 그래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교훈을 잊었는지 지금 이정권과 한나라당이 무조건 밀어부치기식으로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전북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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