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은 짧기도 하지만 밤의 가치를 사랑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는데 풀벌레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한다면 낭만적인 멋진 작품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이름하여 낭만적인 사랑의 작품…. 이는 물상은 없으나 마음속에 저장되어 생이 다할 때까지 잊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의 초대 손님 ‘달맞이꽃’도 지루한 여름 낮을 기다리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하나 둘씩 노란 꽃을 피운다.

어둠이 빨리 내리면 접혀진 커튼이 열린 것처럼 빠르게 열어가는 꽃잎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밤의 제왕인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 하여 ‘달맞이꽃’이라 했단다.

독일에서는 ‘밤의 촛불’이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그 만큼 어두운 밤을 산뜻하게 밝혀주는 꽃이 묘한 신비감을 준다.

대다수 꽃이 낮에 피는데 반해 달맞이꽃이 밤에 피는 이유는 그 나름대로의 생존전략 때문이다.

낮에는 꽃가루를 매개해줄 곤충이 많아 유리한 듯하나, 그 만큼 꽃도 많이 피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어 달맞이꽃은 밤을 택한 것이다.

밤에는 곤충의 수가 적지만 경쟁자가 적어 쉽게 곤충을 불러들일 수가 있는데, 참새나방이 꽃가루의 중매쟁이가 된다.

달맞이꽃은 눈에 잘 띄는 노랑꽃 외에 포도주와 유사한 향을 내뿜어 밤의 중매자 참새나방을 불러들인다.

참새나방이 아름다운 꽃과 향기에 빠져 매혹적인 시간을 보내다 떠날 때 나방의 몸과 발에 꽃가루가 실처럼 길게 딸려나간다.

꽃가루를 끈기 있는 실로 엮어서 한꺼번에 옮기고자 하는 달맞이꽃의 수정전략인 셈이다.

     몇 년 전 달맞이꽃의 종자유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원래 달맞이꽃에서 약효를 발견한 것은 미국 동부 및 캐나다 지역에 걸쳐서 거주하고 있던 인디언들이라고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천년이 넘는 옛날부터 야생의 달맞이꽃의 잎, 줄기, 꽃, 열매를 통째 갈아서 상처에 바르거나 피부에 발진이나 종기가 나면 그것을 환부에 바르기도 하였다.

또한 외용약뿐만 아니고 천식이나 폐결핵의 기침을 가라앉히기도 하고 진통제, 경련성의 발작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내복약으로서도 사용하였다는데, 달맞이꽃이 약효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을 뿐, 그 과학적 근거는 1930년대에 영양생리학의 발달에 힘입어 달맞이꽃의 씨앗에서 얻은 유지 속에 필수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에는 비타민F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오늘날에는 리놀레산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도 한때 왕의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때가 있었는데, 영국은 정부에서 달맞이꽃 종자유를 국민 의약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 후 달맞이꽃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을 밝혀내기 위한 수많은 연구결과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하는 이유가 감마리놀레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고, 그 효능은 혈압, 혈당치,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 조절하고, 비만증예방, 피부건강을 유지하고, 노화가 예방된다고 한다.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고, 야생상태에서 강건하게 자라서 재료구득이 쉬워 실용화하기 좋은 달맞이꽃이라 한다면 독일에서 부르는 밤의 촛불 보다 건강의 촛불이라 불러보고 싶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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