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세를 더해가는 7월의 산과 들에서 주황색과 노란색 꽃을 피우는 원추리류는 더위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있다.

식물 중에서 사회성이 가장 좋아 그 어느 식물과도 잘 어울려 자라기 때문에 성격좋은 식물이라는 평과 함께 길섶, 높은 산의 풀밭, 억새밭, 밭 주변, 묘지주변 등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원추리라는 이름은 중국명의 ‘훤초(萱草)’가 ‘원초’로 바뀌고 이를 ‘원추’라고 하다가 원추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흔히 남의 어머니를 ‘훤당(萱堂)’으로 높여 불렀는데, 이는 어머니가 거처하는 내당에 원추리를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노란색 원추리 꽃에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정유물질이 들어 있다고 하여 중국의 황실에서는 꽃을 말려 베개 속을 채웠다.

꽃에서 풍기는 향기가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성적 감흥을 일으켜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고 믿었다.

때문에 원추리가 황금의 베개를 뜻하는 금침화(金枕花)라 했고, 내당 뒤뜰에 은밀히 심는 것도 알고 보면 부부의 금슬이 좋아지라는 뜻이 담겨 있으리라.이 외에도 망우초(忘憂草), 의남화(宜男花), 모애초(母愛草)라 하는 그럴 듯한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옛 사람들은 “여인들이 머리에 원추리 꽃을 꽂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했다.

 이 말은 원추리 꽃봉오리가 아기의 고추를 닮았기 때문인데, 실제로 한의서에는 생남약(生男藥)으로 기록된 것을 볼 수 있다.

원추리나물을 많이 먹으면 취해서 의식이 몽롱하게 되고 사소한 근심 걱정까지 날려 보내는 꽃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라 했다.

‘의남화(宜男花)’라 한 것은 남근 숭배사상에서 유래되었고, 꽃이 지고 나면 전체가 오므라들어 붙어버리기 때문에 ‘합환화(合歡花)’라고도 했다.

또한 붓꽃 잎처럼 생긴 잎이 뿌리에서부터 마주 나는데 겨울이 되어도 말라죽지 않고 어린 싹을 내내 보호하다가 봄이 되면 밑거름이 되는 것이 마치 엄마가 아이를 보호하는 것과 같다하여 ‘모애초(母愛草)’라고도 부른다.

원추리에 얽힌 이야기 한 토막을 잠시 살펴보자. “옛날에 소문난 효자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부모님을 한꺼번에 여의게 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들은 슬픔에 잠겨 눈물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는데, 수많은 날이 지나도 슬픔이 사라지지 않자 형은 부모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어 슬픔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동생은 “슬픔을 잊는 것은 부모님을 잊는 것 같다”하여 난초를 심어 부모님을 잃은 슬픔을 항상 마음에 두고 살았다고 한다.

오래지 않아 형은 슬픔을 잊고 열심히 살아 갈 수 있었지만 동생은 더욱 슬픔에 잠겨 아무 일도 못하고 살고 있었다.

이에 돌아가신 부모님도 안타까운 나머지 동생의 꿈에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슬픔이란 때로 잊어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 이 말씀에 따라 동생도 원추리를 심었고, 차츰 슬픔의 굴레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와 잘 살았다 고한다.

산야에 많이 자라고 있지만, 내당 뒤뜰에 은밀하게 심어 근심을 떨어버리고 부부화합과 아들을 얻고 싶어 원추리를 심은 심사(心思)! 우리 어머니들의 영원한 바람이 아닐까?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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