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화가들이 비너스를 소재로 작업했지만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6~ 1510)의 ‘비너스의 탄생(1482)’이 가장 유명하다.

보티첼리는 르네상스가 시작된 피렌체에서 태어나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거장들과 동시대를 살았을 뿐 아니라 당대 최고의 가문 메디치가(家)의 후원을 받았다.

‘비너스의 탄생’은 르네상스가 추구했던 삼차원적 사실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고전의 부활이라는 르네상스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너스는 로마신화 베누스(Venus)의 영어식 발음인데 베누스는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를 일컫는다.

아프로디테(Aphrodite)는 ‘물거품에서 반짝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아프로디테는 천공의 신 우라노스의 남근을 아들 크로노스(시간의 신)가 잘라 바다에 던지자 바다에서 하얀 거품이 일면서 태어났다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뿜어져 나온 피의 일부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몸으로, 일부는 바다에 떨어져 거품을 일으켰다.

여기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는 바다에서 올라온 거대한 조개껍데기를 타고 있다.

동양에서도 그렇듯, 신화 속에서 조개껍데기는 여성의 생식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반면 주변 물결은 남성성을 상징하고 있다.

아프로디테의 경사진 어깨와 긴 육체는 곡선을 강조함으로써 형태적 사실성(寫實性)에서 벗어나 있다.

포즈는 전형적 비너스 푸디카(Venus pudica)-가슴과 음부를 자신의 손으로 가리고 있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보수적 당시 사회에서 야기될 논란의 여지를 적절히 빗겨가고 있다.

왼쪽 서풍의 신 제피로스는 그의 여인 클로리스(꽃과 번영의 여신)와 함께 비너스를 키프로스 섬으로 인도하고 있고, 우측에서는 계절의 여신인 호라이 3자매 중 맏이인 봄의 여신 탈로가 외투를 들고 맞이하고 있다.

여기서 제피로스가 클로리스를 취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육체의 격정, 관능과 함께 정신적 순결을 동시에 이야기 하고 있다.

육체의 쾌락과 더불어 신과 인간과의 사랑에도 관여했던 그녀는 정신의 지배를 받음으로써 한 차원 높은 미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보티첼리는 기독교를 이데아 사상으로 접근하려 했던  ‘신플라톤주의’적 시각으로 신화를 재해석하고 있다.

보티첼리 작 ‘비너스의 탄생(피렌체 우피치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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