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는 580년된 은행나무가 있다. 300~400년 된 팽나무와 왕버들나무도 전주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인간의 생애를 최장 100년을 잡더라도 유구한 세월을 느낄 수 있으니, 그 동안 얼마나 인내하며 만고풍상을 겪었는지 능히 짐작케 한다.
수백 년 동안 유유히 전주의 역사를 지켜낸 전주의 명물 보호수, 노거수(老巨樹)는 각각의 탄생 내력을 갖고 있으며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

  ▲천년 전주의 자랑, 은행나무
전주를 상징하는 시목(市木)은 은행나무다. 한옥마을 은행로에는 전주를 대표하는 580살 먹은 은행나무가 존재, 명물 중 명물로 알려져 있다. 천년 전주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것이다. 오죽하면 각종 민원(?)에도 불구하고 은행나무를 베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은행나무길’이라고 명명했을까.
고려 우왕 9년(1383)에 월당 최담 선생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으로 낙향한 후 후진양성을 위해 학당을 세우고 정원에 은행나무를 심었다. 오래된 거목이다 보니 한때는 마을 아낙들 소원을 비는 당산목으로,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시는 이 길을 ‘은행나무길’로 명명했다.
바로 뒤 전주 최씨 종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전주시도 보호수로 지정, 모든 시민과 함께 큰 애정으로 보살피고 있다. 표석에는 ‘전주 사람들은 정겹고 유서 깊은 이름 ‘은행나무 골목’을 사랑한다’고 글을 맺고 있다.

그런데 길조가 나타났다. 2~3년 전부터 은행나무 밑동에 새싹이 돋기 시작하더니, 현재 직경 8㎝, 높이 5㎝ 크기의 새끼 은행나무가 500살 먹은 고조 할아버지와 오붓하게 자라는 것이다. 은행나무의 정취를 가장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전주 향교. 특히나 가을에 찾는다면 금상첨화다. 도심 한복판에 펼쳐진 비경은 찾는 이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들어서자마자 동무(동쪽 행각),서무(서쪽 행각) 앞에 350년 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명륜당 앞에는 380년 된 은행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잎이 떨어질 때면 하늘에서 금비가 쏟아지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질 정도다. 380년전 향교 건립 기념으로 당시 경기전을 세운 목수(木手) 이수연이 심은 3주중 가장 장수 거목으로 생존하고 있다.
서문 앞에는 400살 먹은 은행나무가 17m 높이로 자라고 있다. 은행나무는 자웅이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하여 김해동이란 사람이 수컷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대성전 우측 250년된 일명 자웅나무(은행나무)는 어느 교도(敎徒)주가 선몽하기를 수컷이 암컷으로 변해 은행이 열게 되었다해서 지금도 이 은행으로 제사를 모시고 있다.

▲노거수(老巨樹), 전주 역사의 산증인
진북동 어은골에는 500년 된 팽나무가 자라고 있다. 예로부터 도깨비 나무라해서 마을사람들이 평온을 위해 정월 및 팔월 보름에 제를 지내 도깨비를 위로한 곳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평화동 용와리 및 맛내골 정자 옆에도 450년 된 왕버들이 의연하게 세월을 이겨 내고 있다. 용와리는 용나무라고 하며 옛날에 방죽 가운데 있었는데 용이 나무를 타고 승천하려다가 부정한 아낙의 시선으로 승천을 못했다는 전설이 있다. 맛내골 왕버들은 예부터 주변에 구렁이가 많아 비가 오려면 뱀의 출입이 대거 이뤄져 일기 관측에 도움을 주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경기전에는 북쪽 담장 밖 중간쯤에 참죽나무가 서 있다. 높이 13m에 둘레가 3.9m나 되는 이 참죽나무는 원한 맺힌 총각 귀신이 붙었다 해서 처녀들의 야간 통행을 금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오고 있다. 전주교대 부속초등학교와 다가공원 안쪽에는 300년 된 느티나무가 화려한 외모를 뽐내고 있다.
중앙동 옛 도청사 도의회 건물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150년 된 회화나무도 볼거리. 건물에 둘러싸여 하늘로 가지를 뻗은 회화나무를 보고 있자면 왠지 서글픈 생각까지 든다. 과거급제의 뜻을 이루지 못한 어느 선비가 죽어 나무로 환생했다는 설명을 들은 이후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흔히 ‘학자수(學者樹)’로 불리는 이 회화나무는 꼿꼿한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전주시의 명물 보존책
전주시는 조상의 역사와 혼이 담긴 보호수와 노거수를 정성으로 가꾸고 보호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지역 주민들에게 쾌적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개년 계획으로 보호수 26주 및 노거수 67주에 대한 외과수술과 주변정비, 쉼터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6년에는 덕진공원 등 11개소 11주에 1억3천만원, 2007년 향교 등 10개소 29주를 대상으로 1억4천700만원을 투입, 정비작업을 실시했다.
올해는 다가공원 등 22개소의 보호수 및 노거수 22주를 대상으로 1억원을 투입, 노거목에 발생하는 동공 외과수술, 부패부 제거, 살균·살충 처리, 가지치기, 복토 제거, 영양공급을 위한 수간주사, 토양개량 등 주변정리 작업을 전개했다. 노거수는 전주를 대표하는 또하나의 상징물로 시민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인터뷰-양호석 전주시 푸른도시조성과장> 나무에게도 사랑을…
수목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목 자체로써 존재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그러한 존재 가치 속에 인간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상처를 입으면 치료를 받듯이 수목 역시 상처를 받으면 치료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특히 보호수, 노거수, 대형목 등이 각종 피해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수목에 대한 치료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수목은 우리 겨레의 귀중한 문화재이며 수목분류, 수목 육종 등의 식물유전학적 연구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대형 조경목은 휴식공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우리 시민의 바람직한 정서 함양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백 년 된 노거수는 일단 고사되면 다시 소생시킬 수 없으므로 피해 예방에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며, 보호관리와 치료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비단 보호수나 노거수 만이 아니라 모든 수목은 조그만 상처에도 점차 확대되어가는 양상을 보이므로 조기에 치료를 해줘야 한다. 조기에 치료를 해주지 않을 경우 수간의 공동부패 확산과 이로 인한 태풍, 폭우 등에 의한 도복, 절단, 찢김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수목고사에 이를 수 있으므로 치료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외과수술과 관리를 통해 보다 왕성하고 건전한 수목으로 생장하도록 도움을 주는데서 외과수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글=한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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