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구사회교육부장

  ‘오랜만에 버스타기’의 체험담격인 <“기름 값 비싼데 버스 어떠세요”-6월25일자 본란>를 본 지인들이 ‘오늘도 버스 타고 나왔느냐?’고 종종 묻는다. 진반농반으로, 인사삼아 하는 말이라는 걸 알기에 대충 웃음으로 얼버무리기는 하지만 가슴이 ‘뜨끔’할 때도 있다. 버스 한번 타고 너무 생색을 낸 것이 아닌가 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이실직고하건대 나는 매일 버스를 타지는 않는다. 그러나 버스를 탈 기회가 오면 주저 없이 버스를 탈 마음의 자세는 갖고 산다. 차를 사무실에 두고 가거나, 집에 두고 올 일이 있을 때면 지금도 버스를 탄다. 온전히 버스만으로 오가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아직은 승용차가 건재하고, 직업상 낮에도 이동할 일이 있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기회 오면 타겠다’는 마음가짐

  몇 달 전과 비교할 때 이것만 해도 상당한 진전이다. 20여년간 등한시하던 버스를 타 본 것도 괄목할 일이며, 그 버스를 타면서 기특하게도 개인적, 국가적 이득을 생각하고, 그래서 버스를 자주 이용하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전향적이다.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지만 않았어도 지나쳤을 일이다. 

  내가 버스타기의 효용성을 나열하고, 남성들의 버스타기에 앞장서고 싶다는 것은 나 정도의 관심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이 버스를 이용하는 그런 세상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 사무실에 차를 두고 간 다음날 아침에 버스를 한번 타 봤으면 좋겠다는 염원 정도다. 이렇게 일단 버스타기를 시도해 보자는 의중이다.

  일단 버스를 타보면 의외로 쉽고 편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름값과 교통비를 절약하게 되고,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기름을 절약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런 효용을 생각하게 된다면 버스 타는 것이 ‘장한 일’이 된다. 구태여 ‘기름 많이 먹는’ 큰 승용차를 끌고 다니지 않아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게다가 덤으로 개인과 국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동참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 사람이 생각하고 시도한 일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이되고, 그래서 ‘어쩌다 한번’이라도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늘다 보면 큰 효과를 번질 수 있다. 점차 커지다 보면 버스타기가 일상이 될 수도 있다. 한번 두번 타다 보니 요즘은 버스 타는 쑥스러움이 한결 줄었고, 새로운 동참자도 눈에 들어온다. 

 버스타기도 몇차례 반복하다 보니 진화하는 것 같다. 일단 버스에 처음 오르는 게 중요하지, 몇번 타보면 쑥스러움도 가신다. 갈수록 버스타기가 자연스럽다. 버스 시간도 알게 되고, 자연히 기다리는 시간도 줄었다.
시간대에 따라 불편을 가시게 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아침에는 햇볕이 길기 때문에 이를 피해줘야 하며, 뒤쪽으로 가야 타고 내리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 ‘요령’을 터득해 가는 것이다.

  되풀이 되다 보니 처음의 신기함도 줄었고, 덤으로 생긴 그 시간이 조금 아까운 생각까지 들었다. 호성동 집에서 전주시청옆 사무실까지는 버스로 한 20분이 걸린다. 처음에는 ‘높은’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것도 신기하고, 옆에 가는 차안을 들여다보는 것도 무슨 특권인 양 즐거웠지만 매일 똑같은 상황이라 그 설렘이 한결 같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침 버스를 타는 길에 책을 들었다.

  승용차 홀짝제 버스타기 기회로 

아직은 바깥에 정신을 많이 쏟고, 어디인지를 몰라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내릴 정류장을 찾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만 이력이 붙으면 여유를 누릴 수 있을 자신이 있다.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다. 버스시간대마다 타는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 조금 이른 출근시간대에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 버스 안이 한결 화사하다.

  마침 기름값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승용차 홀짝제가 실시된다니 나로서는 반가울 따름이다. 당연히 버스를 이용하는 남성들이 많을 것이고, 한꺼번에 몰리는 여성들의 시선을 나눠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남성들의 버스타기에 앞장서고 싶다는 내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차제에 공무원들이 앞장서 버스타기를 주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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