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수용생활, 폭염에 후원금까지 줄어 ‘삼중고’
-물질.정신적 후원 확대에 조기이전이 해결책
 

35~36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잠깐을 걷는데도 땀이 났다. 조립식 건물은 보기만해도 뜨거웠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었지만 내부 공기가 답답함을 느낀다. 원생들은 하루 종일 바람도 잘 통하지 않는 이 건물 안에서 폭염과 싸우며 1년여를 버텨온 것이다. 오로지 새 둥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러나 원생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담장을 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조기이전에 대한 절실함이 더욱 앞서온다.
 
지난 18일 오전, 전주시 효자동 전주대학교 정문 앞 자림복지재단에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임시 수용시설이라서 조립식으로 지어진 건물 탓에 들어서자마자 삭막함이 앞섰다. 생활환경은 그전보다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나 여건이 좋지 않다. 패널 건물에 큰 키의 나무도, 정원도 없었다. 드넓은 벌판 위에 양철로 덮혀진 건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다.

그냥 보기에도 더웠다. 안으로 들어서 취재가 시작된지 30분이 지나자, 선풍기가 돌고 있는데도 답답함이 느껴진다. 한시간 가량 지난 11시가 가까워오자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원생들은 이 시각에 학교에서, 작업장에서 사회화를 위한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50여명이 들어선 작업장에는 선풍기도 돌지 않았다. 경비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좀 더워져야 선풍기를 가동한단다. 에어컨은 비치되지 않았다. 아주 더운 시간을 피해 작업에 임하는게 이들의 ‘피서법’이란다.

에어컨이 설치된 다른 건물에도 짬짬이 더위를 약간 식힐 정도로만 가동하고 오후 4시가 넘어서면 거의 틀지 않는단다. 찬물을 끼얹어 몸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이 정도면 여름을 넘겼지만 환경이 달라져 전혀 통하지 않는다.

서부신시가지 개발에 밀린 자림원은 2007년 8월 6일 현재 위치에 임시 수용시설을 설치, 이전했다. 현재 173명의 원생과 직원 등 전체 263명이 생활하고 있다. 3천여 포기의 김장과 연말연시, 원생 환경적응 집중 정서교육 등 빠듯한 일정이 시작됐다. 일정에 쫓기다보니 원생이고 봉사자들이고 외로울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원생들에게서는 하나하나 어두운 그림자가 보였고, 계절에 따른 질병도 발생했으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급기야 최근 한 원생이 숙소를 이탈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에 신고하고 모든 직원들이 비상이 걸려 하루종일 헤맨 끝에야 이동교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더워서 나갔다”는 이유에 안타까웠고 “답답했다”는 대답에 울음을 터뜨렸다. 심옥남 사회복지국장은 “조립식 건물이라서 문을 닫으면 환기가 안 되는 것을 느낄 정도로 답답하다”며 “문을 열자니 안전사고 위험 등이 존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후원금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지원도 예전 같지 않아 70% 이상 급감했고 경제난에, 물가 폭등으로 보다 나은 봉사를 기울이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재정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벌여왔던 ‘1일찻집’도 2년째 못하고 있어 2천만원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다.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전국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축구실력이 수준급이지만 운동장이 없어 연습도 못한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도청사나 전주대를 찾지만 쉽지 않다. 원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캠프도 1박2일에서 당일치기로 줄이고 참여 폭도 축소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한가지 희망이 있다. 10월쯤 새 건물로 이사하는 것이다. 보다 나은 복지혜택에 대한 기대감이다.

심국장은 그 동안의 심경을 토로하고 시민들에게 부탁했다.
“1년 전 전주시와의 갈등 속에서 ‘돈만 주장한다’는 부정적 오해로 자원봉사자들이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고생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힘을 주세요. 그리고 월동 준비에 이상이 없도록 전주시에서 최대한 공기를 단축해주고, 도민들의 변함없는 후원도 당부 드립니다.”
온성녀 전주시 시민생활복지국장은 “현재 성덕동 신축건물 공정률이 50%에 달해 10~11월께 이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빨리 입주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글=한민희기자, 사진=이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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