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양심으로 불리는 ‘아마티아 센’. 아시아 최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그의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원용찬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가 센이 발표했던 글 중 기아와 빈곤의 극복문제, 인간의 안전보장에 관한 내용을 엮어 ‘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도서출판 갈라파고스 刊)’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일단 이 책이 유용한 것은 어렵고 딱딱한 이론서가 아닌 서술 강연집이라는 점. 거기다 사상 얼개를 쉽게 알 수 있으니 센의 최적 입문서에 다름 아니다.

또 책의 내용이 ‘아마티아 센을 말하다’로 시작돼 센의 성장과정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독자 호기심을 채워주고도 남음이 있다.

기아와 민주주의 상관관계를 잘 분석한 점도 장점. 인간의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대안적으로 제시한다.

원 교수가 굳이 이 책을 정리한 것은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한국사회에 매우 유용하다는 결론 때문. 그는 “센이 강조한 인간의 안전보장은 가난한 나라,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국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한국사회 내부에도 인간의 생존과 일상생활, 존엄성을 위협하는 물질성장 그림자가 깊숙이 드리워져 있어 유용하다”고 출간배경을 밝힌다.

원 교수의 출간 목적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개발주의 욕망에 제동을 걸자는 의미도 담았다.

“무분별한 과학기술, 부패, 양극화 등 취약한 민주화가 허울뿐인 경제대국의 삶을 형편없이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종을 울린다.

원 교수는 이어 “센의 통찰력과 메시지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강자 논리에 매몰되지 않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또한 내부적으로는 빈부격차와 지나친 경쟁사회 등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원 교수가 보는 ‘센코노믹스’의 핵심은 숫자중심 경제학에 인간적 사유를 들이대는 것. 인간성이 사라진 현대경제학에 메스를 가하고, 경제학 영지에 철학과 윤리적 시선을 반영할 것을 주문한다고 소개한다.

원 교수는 이어 센이 보는 진정한 경제성장은 인간이 지닌 잠재능력 개발에 모아진다고 적시한다.

편협하고 배타적인 문명 가르기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진정한 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인간의 안전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가치와 경제성장 가치가 충돌하는 즈음. 이 책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나지막하게 울려주기에 충분하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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