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이름을 여러 가지 사물에서 가지고 온 경우가 많으나 ‘여우오줌’, ‘쥐오줌풀’, ‘애기똥풀’, ‘계요등(닭오줌풀)’처럼 향기롭지 못하게 동물의 분변(糞便)으로 이름 붙여진 식물들은 다소 억울한 느낌도 있을 것이다.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은 식물에서 나는 냄새에서 유래되었는데, 식물뿌리를 비벼서 냄새를 맡으면 약간 역겨운 냄새가 노루의 배설물처럼 느껴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루가 물을 먹고 오줌을 누는 곳에 자라는 식물이 노루오줌이라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자이름으로는 ‘낙신부(落新婦)’, ‘산화칠(山花七)’, ‘홍승마(紅升麻)’, ‘적승마(赤升麻)’, ‘소승마(小升麻)’라고 한다는데, 한약명이나 식물의 한자명은 한 속(屬)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기에 정확성보다는 두루뭉술한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었는데, 각계각층에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지난해에 기름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해안의 태안반도 일대를 휴가지로 권하고 있다.

옳은 일이다.

그들의 시름을 조금씩 덜 수 만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항상 그래 왔고 앞으로 그리 할 것이다.

선출직 공무원이나 업계의 청을 물리치지 못하는 고위공무원들이 해외 골프투어를 가든지 말든지 말이다.

그런데 왜 휴가지 타령? 여름휴가철과 때를 같이하고, 산지의 계곡 즉 휴가지에서 피는 예쁜 야생화가 바로 ‘노루오줌’이기 때문이다.

즉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중순부터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8월 중순까지 더위와 함께 피는 대표적인 여름 꽃이다.

‘노루오줌’도 한여름에 피기는 하지만 무더위는 싫어해서 시원한 계곡의 습지와 냇가에만 주로 자생한다.

우리가 피서하기에 좋은 장소에만 피기 때문에 원추형으로 피어 있는 연분홍꽃을 바라보며 무더위를 잠시 잊어버리는 것도 피서를 즐기는 한 방법일 듯 싶다.

 ‘노루오줌’은 피서의 도우미 외에도 관상과 약용으로 쓰인다.

‘노루오줌’은 일반 민가에서도 야생화로서 관상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데, 꽃의 전체적인 모양은 원추형으로 아랫부분부터 윗줄기로 올라가면서 20∼25cm 정도의 매우 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아름다운 꽃을 오랫동안 관상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서 꽃꽂이용이나 절화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심는 곳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강건해서 손쉽게 기를 수 있다.

화단용으로 심을 경우, 한두 포기를 간격을 두어 심어 놓으면 뿌리줄기로 번식하여 수년 내에 ‘노루오줌’의 군락을 형성한다.

야생화를 기르고 싶은 초보자에게는 쉽게 친숙해 질 수 있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꽃말이 ‘정열’ 혹은 ‘연정’이라 했다.

올 여름 휴가 때 산지의 계곡에서 눈도장 확실히 찍어두고, 가을에 채종해서 이듬해 봄에 씨앗은 뿌려 가꾸어 보라. ‘정열’과 ‘연정’이 집안에 가득할 것이라고 보는바, 해외로 가지 못한 여름휴가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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