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계미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인 영국의 데미언 허스트를 언급하였다.

과거 영국이 현대미술의 변방에서 이제는 뉴욕을 넘어 새로운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유능한 인재의 교육과 양성, 후원자와 갤러리의 지원, 적극적 마케팅 등 여러 가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영국정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미술정책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은 1976년 IMF의 금융지원을 받게 되면서 강도 높은 경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 계급의 실업이 증가하자 정부는 이들의 자녀들도 아트스쿨을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렇게 성장한 작가들이 이후 영국의 젊은 미술의 흐름을 형성하였다.

이들의 젊고 창의적인 미술에 영국정부는 주목하였고 정책의 방향으로 삼았다.

문화부장관을 지낸 크리스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창조적인 영국(1998)’에서 “문화산업은 매년 500억 파운드(약 100조원)상당의 경제적 활동을 생산해내며 예술영역에만 50만 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있다”고 진단하였다.

미래에 미술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는 더욱 크다고 예견하며. 매년 5%의 성장을 가정했을 때 미술시장은 2007년까지 38억 파운드(약 7조원)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 이라 전망했다.

그는 디자인, 출판, 음악, 건축, 광고, 영화, TV등 창조적 활동이 이뤄지는 모든 분야가 현대미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영국정부는 구체적 미술정책의 일환으로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살 때 최대 2000파운드(약 360만원)를 10개월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무이자로 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것은 템즈 강가에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7년 동안 1억 3천 4백만 파운드(약 2천 6백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하여 세계 최대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를 2000년 개관하였다.

지난 10년간 활발해진 영국의 현대미술과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은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였다.

영국시민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관광객이 영국의 현대미술을 접하게 함으로써 영국 현대미술의 잠재적 고객이 되었다.

또한 영국정부는 1984년부터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를 제정해 이곳에서 시상식을 거행하였다.

2003년부터는 아카데미처럼 전국에 생방송을 시작하였다.

수상자에게는 2만 5000파운드(약 5000만원)의 상금을 시상하였지만 이보다 수상자의 명예는 상금과 비교될 바가 아니다.

지속적인 언론의 노출과 수상작의 파격성,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는 전략으로 영국현대미술은 신화가 된 것이다.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도에서 설립한 미술관에서 조차 지역 작가를 외면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