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구 사회교육부장
  1. 혹 떼려다 혹 붙인 수박 농사꾼
  야박한 수박 농사꾼 이야기입니다. 수박이 무럭무럭 자라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몇 덩이씩이 없어지더랍니다. 사람 눈으로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수박 장사는 꾀를 내어 수박 한 덩이에 농약을 주입하고 거기에 푯말을 세웠습니다.

  ‘이 곳에 있는 수박 하나에는 농약이 들어있습니다. 수박을 훔쳐 먹다 숨지면 책임지지 않겠습니다. - 주인백’

  그 후로 한동안 수박은 없어지지 않았고, 주인은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수박밭에 간 농부는 자신의 푯말 옆에 세워진 또 다른 푯말을 보고 아연 실색했답니다.

  ‘이 곳에 있는 수박 두 개에 농약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이 넣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넣은 것입니다. - 도둑백’

  주인은 자신이 농약을 넣은 수박은 알고 있었지만 도둑이 농약을 넣은 수박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결국 수박을 팔지 못해 망하게 되었답니다. 
 
2. 헛심만 쓰고 ‘도로아미타불’

  현대건설이 전주시를 상대로 한 전주시 상수도 유수율제고사업에 관한‘적격자 결정 확인 무효 소송’ 1심 판결.

  재판부는 ‘감점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고, 무권한자로서 함부로 평가 점수를 번복하고, 점수 번복 이후 조달청에 서둘러 통보해 이의제기할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등 입찰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관한 신뢰를 정면으로 배반했다.’고 판결했다. 말이 점잖아서 그렇지 뼈에 사무치게 새겨야 할 준엄한 꾸짖음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청구한 ‘기본 설계 평가점수의 조달청 통보 및 전주시의 확인’에 대해서는 ‘평가 점수 통보 여부는 전주시와 조달청 내부 문제로 원고가 이행하라고 할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관련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제출한 기본설계도서에 전주시 판단과 같이 감점 사유가 있다고 볼 여지도 있는 이상, 당초 평가 점수를 확정하여 선언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요약하자면 ‘전주시의 절차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어 적격자 결정은 무효로 되돌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건설이 주제넘게 적격자라고 큰소리칠 처지도 아니’라는 말이다.

  전주시는 결국 감점 처리 이후의 행정 절차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현대건설로부터 피소(被訴)된 것은 차치하고, 전북도로부터 피감(被監)하고, 부시장 등이 중징계 요구를 받고, 이에 이의제기하고, 도에서 이를 기각하는 바람에 헌법 재판소에 지자체 권한에 관한 ‘권한쟁의심판’을 내고, 그 과정에서 전북도를 명예훼손으로 수사의뢰하고...

  겉으로 드러난 것이 이 정도지 지난 7개월 동안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북도와 전주시의 갈등과 당사자들의 감정은 ‘전면전’이라고 표현될 만큼 격렬했다. 만신창이가 됐지만, 참으로 허망하게도 원인을 제공한 사업은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헛심만 쓰고 ‘도로아미타불’이 된 셈이다. 
 
3. ‘해피엔딩’을 위한 방백(傍白)

  “이 사건의 범인은 오기(傲氣)야. 형이 동생에게 ‘심술’을 부리니 동생이 형한테 ‘몽니’를 부린 게지. 아량으로 돌보고, 따랐더라면 좋았을 것을...  가난한 집에서 형제간에 합심해도 집안을 살릴까 말깐데 이렇게 싸움만 하면 어떡하나. 앞으로 일할 날도 겨우 스무 달포 밖에 안 남았는데.

  이 지경이 된 마당에 더 이상 오기를 부린 들 무슨 덕을 보겠어?. 죽기 살기가 아니라면 형제간 우애도 원점으로 돌려야지. 서로의 허물도 좀 눈감아 주고...

  먼저 정리할 일들이 남아 있지. 동생네 식솔을 중벌(重罰)하라는 처분과, 명예를 다치게 했다며 형을 진정(陳情)한 일, 그리고 ‘사헌부(司憲府)’에 올린 형제간 힘겨루기에 관한 상계(上啓). 내가 보기에는 다 오기가 실렸어.

  상계는 이미 지자체의 손을 떠났다고 봐야지. 대한민국 지방자치사에 길이 남을 판례가 될 것이니 마음 두지 말아야 할텐데. 남은 두 가지는 다른 말 필요 없이 그냥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 형제간에 마음만 있으면 잘 될 거야.

  동생이 중벌을 내려달라고 청할 때 형이 가볍게 낮추면 될텐데. 말하지 않아도 동생은 무슨 뜻인지 알겠지. 형을 밀고한 동생 마음인들 편하겠어. 부앗김에 일러 바쳤지만 형이 다독여 주면 동생도 모른 척 발을 빼겠지. 그렇게 풀면 될 것 같은데.

  야박한 수박 장사 이야기도 다 그런 뜻에서 한 건데, 알아들을까? 이렇게 말하는 데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나로서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사람들은 묵묵히 지켜보다가 한 순간에 폭발할 수 있거든. 민심이 무섭다는 걸 알만 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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