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폭염을 피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다리 밑으로 밀려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곳곳에서 피서행렬이 줄을 잇고 있지만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노인과 저소득층 노인들은 다리 밑에서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4일 전주시 남문시장 싸전다리와 진북교, 삼천변 다리 밑에는 옷을 풀어 헤친 노인 수십명이 바닥에 주저앉아 하릴없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매일 다리 밑으로 더위를 피해 나온다는 김모(76) 할아버지는 “우리 경로당엔 작동도 안 되는 오래된 에어컨과 3대의 선풍기가 고작”이라며 “최근 모든 물가가 올라 선풍기를 돌리는 것 조차 눈치가 보여 대부분 그늘을 찾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복지시설을 찾는 사회의 온정이 사라지고, 이에 따라 복지시설들 또한 ‘긴축재정’으로 여름을 나고 있다.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변변치 못한 노인 복지시설이 상당수다.

독거노인 박모씨(68)도 “집에 있어봐야 돈만 축내게 돼서 더위를 피해 나오기는 했지만 딱히 할 일이 없어 흘러가는 물만 바라보고 있다”며 “경로당은 운영비가 충분치 않아 냉방시설이 미흡하고 또 백화점이나 은행을 가자니 사람들 눈총이 따가워 같은 신세의 노인들이 모이는 다리 밑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25만2천29명으로, 이 가운데 경로 연금 등 지원을 받는 노인은 5만379명이다.

지원금도 기껏해야 월 3~5만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가족 없이 홀로 쓸쓸히 보내는 독거노인도 5만4천215명으로 따뜻한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시·군으로부터 월 3만~5만원 수준의 생활 보조금 지원을 받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이마저도 받지 못해 주위의 도움이 절실한 소외계층 노인들이 태반으로 지자체의 반짝 도움보다는 도민 전체의 관심이 절실해지고 있다.

사회복지 관계자는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거나 경로당의 복지 수준을 높여 노인들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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