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물이 인간에게 유익함을 주고 있지만 악취가 진동하는 개울가나 하천변에서 오염된 토양과 수질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메밀과 비슷한 열매로 한때 구황식물 역할을 했던 ‘고마우리’라 하는 마음의 식물이 있다.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고마리’라 부르고, 줄기와 뿌리 뻗음이 좋아 너무 잘 퍼지기 때문에 이제 고만 자라서 그 정도로만 머물러 있으라는 의미로 농촌에서는 ‘고만이’이라 부르고 있다.

뿌리풀과 갈대, 줄과 부들, 마름과 검정말 등의 식물이 오염된 물을 효과적으로 정화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고마리’가 수질정화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최근의 일이다.

봄에 발아한 ‘고마리’가 왕성한 생육활동으로 개울가나 도랑 주변을 모조리 접수하여 핑크색, 흰색 등 다양한 색상의 꽃을 피워 아름다운 경관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납이나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을 흡착하여 제거하고 오염된 물에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여 수질 개선에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다.

‘고마리’가 왕성하게 번식하고 생육하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벌이는 노력을 잘 모를 텐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고마리’는 별사탕 모양의 핑크색 꽃을 피우는데, 작은 꽃이 열 개 스무개씩 모여 하나의 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잘 관찰해 보면 피어 있는 꽃은 몇 개 되지 않고 꽃망울이나 시든 꽃이 핑크색을 내면서 꽃이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매개충을 불러들인다.

그뿐 아니라 ‘고마리’는 땅속에서도 꽃을 피워 자신의 꽃가루로 수정하는 폐쇄화이기도 하다.

지상부의 꽃이 모조리 잘리거나 홍수로 쓸려갈 경우 그 해 자식농사를 망칠 수가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일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땅속에서 자가수분된 씨앗과 지상부에서 열린 씨앗의 유전자가 다르다는 것인데, 땅속씨앗은 결실과 동시에 그 자리에 떨어져 어미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간다.

그러나 땅 위 씨앗은 물새나 다른 동물에 먹혀서 멀리 이동하여 배변(排便)하면 씨앗이 소화되지 않고 적당하게 발아촉진처리가 되어 싹이 나서 자란다.

옛날에는 이른 봄에 어린잎과 연한 줄기를 채취하여 나물과 국거리로 이용하였고, 민간에서는 지혈제, 요통, 소화불량, 시력회복 등 약제로 활용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환경에 축적될 수 있는 중금속 등 환경오염물질을 흡착하여 제거하고, 축산분뇨나 질산염, 유기인 등의 영양물질도 깨끗이 정화하는 참으로 고마운 식물이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연구과장 소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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