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구조조정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기업 선진화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정리해고 '0순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를 2차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단체는 "모법인 비정규직법을 무력화시키고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는 8월 말 2차, 9월 초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구체적인 공기업 통폐합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인한 구조조정과 함께 '비정규직 해고 대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내리던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앞에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문제 등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민주노총, 진보신당 등 진보단체와 노동자들이 비정규악법 재개정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구조조정 공공기관은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예외 2006년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 장관 등으로 구성된 '공공기관 비정규직대책 실무추진단'은 지난 7월 '2008년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 전환계획'을 확정했다.

추진단은 전환계획을 통해 '조직개편, 업무량 감소 등 구조조정이 예정돼 인력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정규직 전환 기준에서 예외로 인정한다고 명시했다.

또 구조조정이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공기업과 산하기관 등에서 무기계약서 전환계획서 제출이 곤란한 경우에는 사유서를 제출키로 하는 등 정규직 전환의무를 없앴다.

당초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적용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시행 전에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는 공공기관이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선도하고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실제 지난 해 '무기계약 전환, 외주화 개선 및 차별시정 계획'을 확정하고 상시, 지속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 7만1861명을 무기계약 전환대상으로 확정했다.

그 결과 올해 6월30일을 기준으로 9236개 기관의 6만8568명(95.4%)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당시 추진단은 근속기간이 2년 미만으로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기간제 근로자들은 올해 후속 전환대책을 통해 정규직화 하기로 약속했다.

향후 정부는 올해 7월에 마련한 안을 토대로 공공기관의 보고와 관련부처의 검토를 거친 뒤 11월 무기계약 전환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다.

◇노동계·시민단체 "비정규직 희생물로"…'반발'노동계는 정부의 이??은 방침이 '비정규직 문제의 선도적 해결'이라는 당초 취지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특히 향후 발표되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공공부문의 정책이 민간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정책 후퇴로 기간제법의 시행에 따른 민간부문의 무기계약화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장 성명을 내고 "구조조정을 앞세워 비정규직을 희생물로 삼으려 한다"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비정규직의 고용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하고 최소한의 조항인 '2년 이상 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조차 무력화시켜 비정규직법을 아예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사용자인 정부가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편법 악용의 선두에 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정부는 2년 전에 약속한대로 조속히 무기계약화 대책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비정규직을 희생물로 삼으려는 전환계획을 중단하고 2007년 약속한 2차 공공기관 기간제 무기계약직 전환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인 이병훈 중앙대 교수도 성명을 통해 "비정규직법과 2006년 공공무분 비정규직 종합대책을무력화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구조조정의 제물로 삼으려 한다"며 비판했다.

이 교수는 "사유제한 조항이 결여된 비정규직법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적극적인 법 준수 의지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정부가 진정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공공기관이 무기계약 전환 의무를 회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노동계의 '대량 해고' 우려에 대해 노동부는 "전환 예외사유는 전환대상 선정 기준으로 활용되는 것이므로 불가피하게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됐다고 하더라도 해고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환 예외사유에 해당되더라도 우선전환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일 뿐 향후 무기계약 고용의제에 있어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며 "구체적인 무기계약 전환규모는 11월 중 파악이 가능하며 2년 이상 전환 대상자는 대부분 학교·교육행정 기관 종사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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