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민간 위탁 문제로 한나라당과 정부간에 엇박자를 낸데 이어, 당 지도부와 정책위원회까지 삐걱거리면서 여권의 정책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24일 당정협의를 통해 마련한 상수도 민간 위탁 방안이 지도부의 반대로 하루만에 번복되자 공개석상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등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안홍준 제5정조위원장과 임태희 정책위의장, 홍준표 원내대표가 상수도 민간위탁 문제를 놓고 험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팽팽한 기싸움까지 벌였다.

안홍준 제5정조위원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최고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이 많다고 하지만, 지자체 중심으로 상수도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시설 규모가 영세해 지자체간 격차가 많다"며 "수자원 공사가 이미 13개 지역의 상수도 사업을 위탁하고 있는데, 이를 일반 기업에도 개방해 상수도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러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안 위원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제 최고위에서 만장일치로(상수도 민간위탁 하지 않기로)결론이 난 문제이기 때문에 부가 설명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제지했다.

안 정조위원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수도 민영화라는 이야기는 정말 왜곡이라고 생각한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당정이 민간업체에게 공기업의 지분을 51%까지 허용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이는 민영화라고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폐기했다"며 "민영화라는 이야기는 정말 왜곡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공청회 등 국민 여론을 수렴해 결론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원내대표가 "어제 최고위에서 논의된 사안"이라고 일침을 가하자, 이번에는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나서 "전기 수도 가스 의료 민영화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도 더 싼 가격으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며 민간 위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당 지도부와 정책위의간 갈등이 표면화 되자 당 안팎에서는 향후 주요 정책 결정에 있어 파열음이 계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당정간 정책혼선에 이어 내부 불협화음까지 일자 집권여당을 대표해 정책 현안의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정책위원회는 오도 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 중 인천 검단과 오산 세교에 신도시를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는 등 주요정책 결정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기국회가 시작됐는데, 당 지도부와 정책위원회가 불협화음부터 낸다면 입법을 기다리는 각종 정책들이 힘을 받겠느냐"며 "정책위도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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