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허공’에 글과 그림을 띄우다
고은 시인, ‘허공’에 글과 그림을 띄우다
  • 전북중앙
  • 승인 2008.09.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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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75·사진) 시인이 시인으로 농익은 뒤 평소 꿈꾸던 화가로 돌아가 ‘화룡점정’ 했다. 등단 50주년 기념 시집 ‘허공’(창비 펴냄)에 글과 그림을 띄웠다.

고은 시인은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등단 50주년 기념 시집 출간 및 그림전 개최를 앞둔 소회를 털어놓았다. 붓으로 그리고 펜으로 적은 기념비적 시집도 선보였다.

그는 “시집을 보니 가슴이 벌렁벌렁하다”며 시집을 바라봤다. “50년이 됐지만 시집을 낼 때마다 방금 시인이 된 기분”이라는 고백이다. 시, 소설, 산문, 평론 등 150여 권의 저서를 간행, 시와 함께한 그의 반세기 작가 인생이 무색할 정도다.

마음은 신인일지 몰라도, 시인 고은의 노련미는 감출 수 없었다. 시집을 ‘허공’이라 이름 붙인 이유도 “‘허공’이 제일 편하다. 제일 못난 걸 대표작으로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무제의 시를 출간하려했던 만해 한용운 시인의 사례도 빗대며 ‘허공’을 설명했다.

그는 시집 ‘허공’에 신명과 흥의 기운이 담긴 107편을 수록했다. 100여 편의 시가 허공 속에서도 생명력을 갖는 이유다. 고희가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는 그의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근본 감정을 얘기할 때 한을 말하는 데, 한(恨)과 맞닿아 있는 게 흥(興)이고, 흥의 원소가 신명이다. 내게는 소음성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달밤에 달만 봐도 춤을 췄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예술가적 기질이다.

시가 세속과 멀어졌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관조했다. “80년대 말 시가 시대의 맨 앞에 서서 깃발 역할을 했지만, 경제 지향 시대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시가 퇴화됐다”고 설명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시인들이 우울해할 필요 없다”면서 “시는 죽을 때 죽어야 한다”고 시적으로 답했다.

또 “시는 실재 세계에서 없어진다고 해도 부재의 세계에서는 없어질 수 없다”면서 “지구가 소멸되고 우주의 분쟁으로 터져버렸을 때 그때까지도 (시가)지구의 끝을 장식하지 않을까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창작욕은 시인에서 멈추지 않는다. 4일부터 12일까지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그림전 ‘동사를 그리다’를 개최하며 화가로서 새 인생을 개척한다. 17일 만에 완성한 그림 35점과 글씨 19점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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