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들은 코스모스와 원추천인국(루드베키아), 이외에도 벌개미취, 구절초, 쑥부쟁이 등의 야생화가 있다.

여기에 산기슭의 마타리꽃과 길섶의 도랑가에 핀 물봉선이 가세하여 가을의 정취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멀리 보이는 노란색의 마타리꽃은 노랗다 못해 황금색으로 보일 정도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낸다.

마타리는 한자로 야황화(野黃花), 마초(馬草) 또는 패장(敗醬), 패장초(敗醬草)라 하는데 이는 뿌리에서 장(醬)썩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나물로 관상용으로 약용으로 쓰임도 다양하다.

봄에 어린순은 끓는 소금물에 데친 후 나물무침이나 볶음으로 조리하거나, 쓴맛이 잘 우려내어 찌개나 국을 끓여먹는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모아 심어 가을의 산들바람에 하늘거리는 황금색 꽃을 바라 볼 수 있도록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유행성 눈병, 소염, 어혈 또는 고름 빼는데 유용하게 사용한다.

 마타리의 꽃은 ‘미인’ 또는 ‘잴 수 없는 사랑’을 상징한다는데, 그래서일까? 18세기를 풍미했던 마타하리라는 미모의 여성 스파이와 이름이 닮아 있다.

꽃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부유한 상인의 딸로 태어난 마타하리는 자국에서 교육대학을 마치고 열아홉 살에 네덜란드 식민지군 소속의 스코틀랜드 출신 장교인 캠벨대위와 결혼하여 인도의 자바와 수마트라에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7년 만에 이혼하고 프랑스 파리의 한 클럽에서 인도에서 배운 발리댄스를 선보이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유럽최고의 무희로, 최고의 매혹적인 여성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럽의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각국의 고위층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만난 고위층의 남자들은 프랑스 군부와 정계, 재계 인사, 네덜란드의 정계, 프로이센의 황태자 등 나라와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상류층 명사들이었다.

그 시대는 1차 대전 직전이라 전쟁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던 유럽에서 각국 정책결정권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졌기에 영국과 프랑스의 첩보원들의 의심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중 스파이로 처형을 당했다.

사실 각국 간에 이적행위를 한 기록은 없었다고 한 점으로 보아 각 국의 고위층과 친밀한 관계였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녀의 미모에 취해 불나방처럼 달려들다 불리해지니 희생양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는지?우리도 최근에 탈북자 출신의 원정화라는 여인이 ‘한국판 마타하리’라 하여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각종 매체들은 다양한 판단을 동원하여 뉴스를 쏟아 내고 있다.

그녀는 간첩활동을 하기 위해 거짓 탈북하여 뛰어난 미모를 무기로 우리 군 내부 깊숙이 침투하여 고위 장교들과 교제하며 스파이활동을 해 왔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마타하리와 닮았다고 하는데, 마타하리 사건 자체도 그녀만 알 뿐 미스테리고, 한국판 마타하리 사건도 여러 가지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바, 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정확한 수사가 이루어 진 후 언론에서 다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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