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에 설치된 육교나 지하보도 인근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는 시민들의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하보도 인근에 횡단보도 설치가 제한되면서 육교나 지하보도 이용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들이 도로를 무단 횡단하고 있어 사고 위험까지 낳고 있다.

전주시 덕진구 아중리에 사는 안모씨는 생후 16개월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워 매일 인근 체련공원으로 산책을 다닐 때마다 지하보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씨는 아남아파트 주변 지하보도를 지날 때마다 유모차를 들고 오간다.

지하보도 내에 리프트가 설치돼 있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열쇠가 보관된 인근 약국과 꽃집을 들려야 하고, 리프트를 이용한 뒤에는 열쇠를 다시 반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기 때문. 이런 어려움으로 이곳 지하보도의 리프트는 거의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열쇠를 관리하는 인근 약국의 약사는 “2~3개월에 한, 두 번씩 시설관리자들만 찾을 뿐 리프트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박모씨(26)는 목발을 짚으며 달리는 차들 사이로 아찔한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지하보도를 이용하기가 너무 어려워 무단횡단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지하보도를 이용한 적도 있지만 너무 힘들어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학교를 파한 학생들과 일반인들도 무단횡단 대열에 동참하고 있었다.

인근에 사는 권모씨(여, 52)는 “무릎이 아파 지하보도를 이용하는 것이 힘들어 무단 횡단을 하게 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그러다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장과 마주보고 있는 반월동 주민들도 10차선 대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삼오아파트와 한강 아파트, 남양아파트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는 이곳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공원을 이용하기 위해 호남제일문 육교를 이용하거나 인근 사거리의 신호등 세 개를 건너 돌아가야 한다.

육교 때문에 인근 200m 거리 내에 위치한 사거리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10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하고 있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시각장애인 조모씨(47)는 “부인을 따라 운동하러 공원에 매일 나온다”며 “횡단보도가 설치된다면 나 같은 장애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호남제일문 육교와 200여m 떨어진 지점에 횡단보도 설치에 대한 의견을 관계기관에 문의한 상태”라며 “결과가 나와 봐야 설치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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